토니상 휩쓴(지난달 10일 작품상 등 8개 받아) '원스'… 폭염에도 관객 폭발

  • 뉴욕=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7.12 02:28

[뮤지컬원스]
美 브로드웨이 제이콥스 극장, 잔칫집 같은 객석에 앉다
가난한 뮤지션의 사랑이야기, 더블린 술집 옮긴 소박한 무대
배우는 연주·노래·춤·연기까지… 공간 제약, 조명·색깔로 극복

‘원스’가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5번가 버나드 제이콥스 극장. 공연 직전이면 옆옆 극장까지 관객이 길게 줄 선다. /뉴욕=신정선 기자 violet@chosun.com
섭씨 37도 폭염에도 전 세계 관광객이 넘쳐나는 7월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흥성한 거리는 45번가다. 입구에는 브로드웨이 사상 최대 누적 매출액을 자랑하는 뮤지컬 '라이언 킹'의 민스코프 극장이 당당하게 서 있고, 길을 따라 두 극장을 지나면 올여름 가장 신선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버너드 제이콥스 극장이 나온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오후 2시 40분, 입장이 시작되기 직전 극장 앞은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는 관객들이 길게 줄 섰다. 이날 3시 공연을 보러 옆 옆 극장 입구까지 늘어선 수백명의 손에는 뮤지컬 '원스'의 표가 들려 있다. 행렬의 선두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한 여성이 '한 장만 주세요'라고 적은 큼직한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토니상 받고 1주일 매출 95만달러

극장에 들어서니 공연 시작도 전에 잔칫집 분위기였다. 마치 콘서트장에 들어온 듯 신나는 아일랜드 포크 음악에 1100석 규모 대극장이 들썩거렸다. 더블린 술집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소박한 무대 위에서 배우 12명이 발로 장단을 맞추며 연주를 하고 있었다. 기타·바이올린·만돌린·우쿨렐레를 든 배우들은 연기는 물론이고 연주와 노래까지 한다. 때론 춤도 춘다. 연기와 음악의 접점을 최대로 증폭해 전달할 수 있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actor musician musical)'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모비딕'이 처음 시도했다.

지난 3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원스'는 지난달 10일 '흥행 보증 수표'인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 부문) 등 8개 부문을 수상한 후 관객이 더욱 몰리고 있다. 브로드웨이 기준으로는 저예산인 500만달러(약 57억원)에 만든 '원스'는 수상 직후 매출이 약 15% 정도 늘어나, 1주 만에 95만5362달러(약 10억원)의 성적을 올렸다.

올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뮤지컬‘원스’의 주인공 스티브 카지(왼쪽)와 크리스틴 밀리오티. /블룸버그 포토
영화보다 35분 늘어난 멋진 음악

가난한 아일랜드 음악가와 체코 이민 여성을 통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던 영화 '원스'(2007)는 뮤지컬로 태어나며 교감의 농도가 더욱 진해졌다. 85분 영화를 120분으로 늘려 노래를 짜 넣고 새 생명을 입혔다. 영화에는 없던 잔잔한 유머가 사이사이 끼어들고, 다소 달달한 대사("우린 이제 시작한 것 같아")도 들어갔다. 가장 돋보인 것은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스크린에서는 귀로만 들었던 곡들이 눈앞에서 한껏 부풀어 올라 날개를 달고 펼쳐진다.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스티브 카지(37)는 상처 입은 가슴을 연주와 연기로 간절하게 전한다. 남녀 주인공이 오스카상 주제가상을 받은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를 마지막으로 부를 때는 수십년 아껴 듣던 테이프의 마지막 재생이 끝나가는 듯 애절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연주·노래·춤·연기…1인 4역 배우

뮤지컬 '원스'는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빛나는 작품이다. 더블린 풍경을 영상에 담았던 영화와 비교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 '원스'는 무대 전환 없이도 빛의 움직임과 색깔로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 이를 극복했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은 배우들이 악단이다. 대부분 장면에서 전 배우가 무대에 나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출상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원스'는 장면에 필수적이지 않은 배우에게도 배경 음악의 핵심 연주를 맡겨 사랑의 목격자이자 증인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국내 라이선스로 들어올 경우, 액터 뮤지션 형식을 구현할 배우를 구하는 것이 최대 난제가 될 듯하다. 문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까지 해야 하는 데다, 애달픈 사랑 연기까지 돼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만 포기해도 '원스'의 오리지널 무대를 전하기에는 힘이 부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