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딜러는 작가에 도움된다면 손해도 감수해야"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07.05 03:09 | 수정 : 2012.07.05 10:24

佛 대표 아트 딜러 엠마누엘 페로탱

페로탱은 “나의 가장 큰 강점은 20년 넘게 일했는데도 아직 44세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16세 때부터 갤러리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17세 때 아트 딜러(art dealer)의 꿈을 안고 학교를 그만뒀다. 21세 때인 1989년, 자신이 살던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침대와 옷장을 한구석에 밀어 넣고 겨우 전시 공간을 마련해 처음 갤러리를 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갤러리는 파리 중심가 마레 지구에 위치해 있다. 2004년엔 미국 마이애미, 지난 5월엔 홍콩 분점을 열었다. 세계적인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창업자가 그의 고객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아트 딜러 엠마누엘 페로탱(Perrotin·44·갤러리 페로탱 대표) 이야기다.

"좋은 아트 딜러는 작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자기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미술관이나 국립기관 같은 공적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한다면 작품 값을 깎아주더라도 거기에 작품을 넣어야 합니다. 작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부유한 컬렉터보다는 공공기관이 작품을 소장해 많은 사람이 보도록 하는 게 더 나으니까요."

'될성부른' 작가를 '떡잎' 때 발굴해 내는 게 페로탱의 장기.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불리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47)의 해외 첫 개인전을 1991년 열어줬다. 서구 갤러리가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없던 1993년 일본 아트페어에서 무라카미 다카시(50)를 발굴해 전속 작가로 삼았다. 무라카미는 현재 작품당 수백만~수천만달러를 호가하는 세계적 팝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작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 겸 은퇴전을 연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52)과도 1992년부터 일했다.

"작가를 고르는 건 '본능'입니다. 작품과 함께 사람 됨됨이도 봅니다. 성공하는 작가들에겐 남다른 '열정'이 있어요. 어릴 때 갤러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과 함께 커 나갈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입니다. 작가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고, 그들의 성장에 발맞춰 갤러리 규모를 키우면 좋은 작가와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그는 "차근차근 유명해진 무라카미나 카텔란과는 달리 데미안 허스트는 첫 개인전 6개월 만에 갑자기 너무 유명해져서 나를 떠났지만, 나는 그와의 추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페로탱은 올 9월 서울에서 열리는 KIAF(한국 국제 아트페어)에 처음 참여한다. 정연두와 이우환 등의 작업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한국을 눈여겨봐 왔다"며 "한국은 좋은 미술관과 갤러리, 훌륭한 아티스트와 컬렉터를 갖춘 강력한 시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