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4 23:29
中 여성 스타 연출가 티엔친신, 韓中 국립극단 공동주최 연극 맡아
문화혁명기 공장을 배경으로 노래·춤까지 풀어넣을 예정
딱딱한 고전을 전위적 해석… 그녀 무대는 시각 충격 강해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손에 탄생해, 딱 하룻밤 자보고 오해로 죽어버린 로미오와 줄리엣이 임자를 만났다. 영화와 연극에서 수도 없이 만난 두 사람을 중국의 스타 연출가 티엔친신(田沁鑫·44)이 '손본다'. 중국 국립극단인 국가화극원(國家話劇院)과 한국 국립극단이 공동 주최·제작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가 맡았다. 한중(韓中) 수교 2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12월 개막 예정. 티엔은 국가화극원 상임연출가 7인 중 유일한 여성이다.
작품 오디션을 위해 화극원 인사 5인과 함께 방한한 그를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그는 딱딱한 고전에 현대적이고 전위적인 해석을 입혀 새 기운을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시각적인 충격이 강한 무대를 선호한다. 국내 관객에게는 2006년 13세기 중국 작가 기군상(紀君祥)의 대표작 '조씨고아(趙氏孤兒)'를 해체한 작품으로 충격을 줬다.
배경도 바뀌었고 사랑의 균형추도 흔들고 뒤집어 볼 생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 한 사람이 '튕기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등하게 갈망하는 관계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연인은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더 사랑하게 돼 있다. 원작처럼 동등하게 사랑하는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갈지, 어느 한 쪽이 더 사랑하는 현실적인 버전으로 갈지 고민 중이다."
여기에 노래와 춤까지 풀어 넣는다. 티엔은 "연극적으로 강한 이야기에 뮤지컬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와 감성적인 춤을 등장시켜 관객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그의 첫 작품 '부러진 팔'(1997)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친 작품이었다. 티엔은 자신을 떠난 연인에게 작품을 통해 외쳤다. "네가 나를 떠나도, 내 사랑은 이렇게 있다!" 떠난 연인은 끝내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티엔은 "이제는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그게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여성 연출가가 드물기는 마찬가지. 일하기 힘든 것도 매한가지다. "남성 연출가가 화를 내거나 욕을 해도 으레 그런가 보다 하는데, 여성이 그러면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쑥덕거린다. 남성 연출가가 괴상한 스타일을 시도하면 고분고분 따라 하는데, 여성이 하면 '저 여자 머리에 문제 있나 보다'라고 반응한다. 연극판의 규칙이라는 게 남자들이 정한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남자보다 머리가 좋아야 하고,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
지난 15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 84명의 오디션을 본 티엔은 "1인당 2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었으나, 한국 배우들 열정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 연출가와 협업(協業)은 의사소통 장애와 문화 차이라는 장벽을 안고 출발한다. 티엔은 "열정을 송두리째 바쳐서 놀 듯이 작업하면 어떤 단점이든 극복할 수 있다"며 "중국 배우보다 힘이 넘치고 폭발력 있는 한국 배우들이 에너지를 잘 표현해 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