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다' 첫 주 토요일 공연이 없네, 왜? 주연 배우가 그날 딴 작품 해요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6.20 23:21

오는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제작 PMC프러덕션)의 공연 일정을 찬찬히 보면 의문을 갖게 된다. 개막 첫 주 토요일인 30일에 공연이 없다. 그날은 애초에 티켓을 열지도 않았다. 개막 주말은 흥행의 힘을 받아 치고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 첫 토요일 2회 공연을 모두 쉬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결국 '구멍'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 형제가 유산을 두고 다투는 코미디인 '형제는'에는 형 역으로 김도현과 김재범이 더블로 나오고, 동생 역으로 성두섭·조강현·산들(그룹 B1A4의 보컬)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구멍'은 동생이 냈다. 성두섭은 30일 뮤지컬 '풍월주'에 출연해야 하고, 조강현은 대구에 내려가 '셜록 홈즈' 무대에 올라야 한다. 산들은 "(개막 5일째인 30일까지도) 무대에 서기에는 연습이 덜 된 데다 다른 스케줄도 있다"는 게 제작사 측 설명이다. 한 역할에 셋이나 캐스팅했는데 한 사람도 출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PMC 측은 "티켓 오픈 직전 주까지도 협의를 해보려 했으나 불발됐다"고 밝혔다.

PMC프러덕션 제공

각 제작사 출연계약서에는 '(중복 출연시) 자사 공연을 우선시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엄격한 제작사는 아예 '중복 출연하지 않는다'고 못박기도 한다. '형제는'의 김재범과 성두섭은 5월 개막한 뮤지컬 '풍월주'에 앞서 캐스팅됐기 때문에 PMC 측이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형제는'이 토요일 2회 공연을 포기한 금전적 손실은 대관료 등 1500만원 안팎. PMC 측은 "2~3주 공연이면 엄청난 손해지만, 3개월 넘는 작품이라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형제는'의 '구멍'은 일부 배우의 일상화된 겹치기 출연과 더블 캐스팅 관행이 부른 예견된 사태다. 겹치기 출연은 배우들의 출연료·작품 욕심 탓도 있으나, 국내 공연 시장의 배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계속되는 문제다. 제작사들이 흥행력이 있는 일부 배우를 더블·트리플로 너도나도 모셔가려 하니 상황이 악화된다. PMC 측은 "겹치기인 줄 알면서도 (흥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겹치기 출연은 작품성 저하로 이어져 고스란히 관객의 피해로 돌아간다. 작년 연말 A사의 대형 뮤지컬에 출연한 배우 B씨는 "타 작품 출연으로 연습이나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고 미리 합의했다. 그러나 연습 기간 중 "타 공연에 출연하러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냐"고 A사가 항의하자, B씨 측은 "예전에도 해본 작품이라 연습은 필요 없고, 공연 당일만 가면 되니 지장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A사 관계자는 "아무리 재공연이지만 연습이 필요 없다는 그 공연의 수준이 과연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뮤지컬 데뷔 이후 23년간 한 번도 중복 출연을 하지 않은 배우 최정원(43)씨는 "한 작품에 몰입해 최선을 다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관객에 대한 도리라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중복 출연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