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18 03:11 | 수정 : 2012.06.18 15:32
[데뷔 11년 피아니스트, 7집 내]
사흘 연속 9시간씩 연주만… 힙합 피처링에 앨범 프로듀싱
빈 20% 채우려 전방위 변신
4년 만에 정규 7집 앨범 '기억에 머무르다'를 발표한 피아니스트 이루마(34). '꽃미남 피아니스트'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그는 이제 넉살 좋은 말투에서도, 살짝 주름이 보이는 듯한 얼굴에서도 제법 '아저씨' 느낌이 묻어났다.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2001년 봄 데뷔할 때 초심을 그대로 담으려고 애쓴 음반"이라고 새 앨범을 소개했다.

"녹음실을 벗어나 처음으로 콘서트홀에서 연주 실황 녹음하듯 만들었습니다. 스튜디오 녹음에선 부분 부분 이어 맞출 수 있지만 이번에는 한 번이라도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쳐야 했죠. 사흘 연속 하루 9시간씩 연주했어요. 앨범 제목처럼 좋은 기억에만 머무르고 안 좋은 기억(그는 전속계약 해지 문제로 전 소속사와 송사를 벌여왔다)은 지우고 싶었습니다."
12곡이 담긴 '기억에 머무르다'에서 이루마는 전작에 비해 한결 차분한 멜로디,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격정적으로 바뀌는 연주 스타일을 보여준다. '키스 더 레인' '메이비' 같은 이전 대표곡들처럼 심금을 파고드는 감각적 선율보다는 처음에 좀 어려운 듯해도 여러 번 들을수록 다채롭게 우러나는 선율의 매력이 돋보인다.
"클래식 느낌이 강하죠? 일부러 그랬어요. 제 음악 대부분은 진지한 감상용이라기보다는 뭔가를 하면서 듣는 배경음악이었잖아요.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알려진 모습이 전부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죠."
이루마는 피아니스트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다양한 음악과 협업해오고 있다. 4월 나온 힙합 가수 MC스나이퍼의 신곡 '할 수 있어'에선 랩만큼이나 격정적인 피아노 피처링을 선보였고, 지난해엔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 사운드트랙 앨범 프로듀서를 맡았다. 22일부터 방영되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 '쇼 미 더 머니'(엠넷)에도 MC스나이퍼의 협연자로 출연한다.
전방위 변신을 꾀하는 까닭을 묻자 그는 "나머지 20%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라고 했다. "2001년 데뷔할 때 꿈꿨던 목표치의 80%는 채웠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20%의 숙제는 다양성이죠. 가요도 만들고 영화음악도 쓰면서 대중과 친근하게 호흡하는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쉽지만은 않아요. '피아노만 치는 고상한 남자'를 벗어나는 게… 하하. 그래도 피아노 덕분에 꿈에 가까이 가고 있으니 감사하죠. 조금 돌아가는 듯해도 천천히 한 발짝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