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관객이 객석 가득… 뮤지컬 '위키드' 돌풍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6.11 03:35 | 수정 : 2012.06.11 17:09

유료관객 점유율 - 92.3%'캣츠'이후 첫 90%대 뚫어… 뛰어난 작품, 실력파 배우
국내 외국인도 앞다퉈 관람

미국인 입맛’이라던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위키드’가 개막 11일 만에 유료 관객 점유율 92.3%(10일 현재, 6월 공연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 신화 수립에 시동을 걸었다. 조승우나 김준수 등 대형 스타가 일부 회차를 매진시키는 경우는 있었으나, 전체 회차의 유료 점유율이 90%를 넘긴 것은 2007년 ‘캣츠’ 내한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캣츠’는 인지도가 확립된 재공연으로, 공연 절반 시점에 90%를 달성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초연인 ‘위키드’의 반응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달 31일 국내에 상륙한 이 공연은 7월 티켓도 이미 절반 정도 팔렸다. 제작사 설앤컴퍼니(대표 설도윤)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사실상 매진 수준인 유료 점유율 95%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뮤지컬 안 보던 사람도 가세

‘위키드’가 공연계 ‘마(魔)의 고지’인 유료 점유율 90%를 뚫은 것은 기존 뮤지컬 관객이 아닌 신규 관객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 관객 비율(35%)이 최근 흥행작(‘조로’ 29%, ‘엘리자벳’ 16%)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이다. 여기에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검증된 작품”이라며 앞다퉈 보겠다고 나섰다. 극장도 미어지고 주차장도 터진다. 공연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작년 11월 개관 후, 이 정도로 관객이 북적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로비는 사진 찍는 관객들로 공연 1시간 전부터 시끄럽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 산업화의 문을 연 설앤컴퍼니의 치밀한 마케팅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입구에는 초록 드레스와 용 모양 장식, 천장에는 마녀 모빌 등 볼거리를 곳곳에 배치했다. 계단은 물론이고,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서도 ‘위키드’를 느끼도록 오즈 지도와 캐릭터 사진을 모든 문에 붙여놨다. 또한 관람 편의를 위해 일반 프로젝터보다 10배나 비싼 최신 LED 자막기 8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금발 마녀 글린다(왼쪽)와 초록 마녀 엘파바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위키드’는 선악과 미추의 구분을 넘어서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양한 관객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설앤컴퍼니 제공
◇작품성·연기·노래 등 골고루 갖춰

뛰어난 작품성과 실력 있는 배우들은 장기적인 흥행 순항을 점치게 한다. 기자가 브로드웨이(2월)와 웨스트엔드(4월) 버전을 모두 관람한 결과, 이번 내한 팀은 현지 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월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는 시원한 가창력을 과시하고, 금발 마녀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는 과장된 사랑
스러움으로 쉬지 않고 웃음을 끌어낸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도 매력적이다. 글린다가 엘바파를 “인기 있게 만들어주겠다”며 부르는 ‘파퓰러’(Popular), “너를 알았기에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라고 노래하는 ‘영원히(For Good)’, 1막 마지막에 엘파바가 부르는 ‘중력에 맞설 거야(Defying Gravity)’는 멍할 정도로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개막 때부터 폐막일이 정해진 국내 공연과 달리, 흥행 추이를 보아가며 순차적으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브로드웨이 관행상, 정확히 언제까지 공연할지는 미정이다. 제작사 측은 “이대로 반응이 좋을 경우, 9월 말까지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위키드’는 무대 전체를 즐기는 맛이 남다른 작품인 만큼, 굳이 앞자리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 제작진이 추천하는 ‘최고의 좌석’은 2층 1열이다. 엘파바가 ‘중력에 맞설 거야’를 부르며 10m 높이로 솟아오르는 짜릿한 장면을 최대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