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건반의 매혹적 만남… 한국 재즈, 전설을 잉태하다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2.06.06 03:07 | 수정 : 2012.06.07 09:49

말로·조윤성 16일 듀오콘서트… 두 '선수' 모두 재즈대중화 앞장

말로(41·본명 정수월). 고혹적인 보컬과 독보적인 스캣(아무 뜻 없는 음절을 가사처럼 부르는 것) 솜씨에 작사·작곡 능력까지 갖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조윤성(39). 클래식·월드뮤직까지 아우르며 열정적인 연주와 편곡 솜씨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재즈 피아니스트. '목소리'와 '건반'으로 한국 재즈계를 대표해온 두 '선수'가 만난다. 16일 서울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한 차례 열리는 듀오 콘서트다. 5일 서울 광화문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동료들이 윤성씨에 대해 하는 얘기가 한결같았어요. '음악이 저절로 나올 거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연습하며 알았죠. 반인반신(半人半神)이구나. 자양분 좀 빨아먹어야겠다 마음먹었죠. 하하."(말로) "전 재즈 가수뿐 아니라 팝·블루스·라틴·클래식 같은 다양한 음악의 보컬들을 다 좋아해요. 그런데 말로씨 같은 분은 처음이에요. 포크 가수 조니 미첼부터 인순이까지… 시대별로 봐왔던 보컬의 매력을 모두 품고 있어요. 불붙이면 바로 폭발할 듯한 볼캐닉(volcanic·화산 같은) 보컬이죠."(조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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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합동 공연을 여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왼쪽)과 보컬리스트 말로. /이태경 기자

두 사람은 익히 알려진 노래들을 재즈로 변주하며 대중화를 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말로는 은은하면서도 강약 뚜렷한 음색으로 '동백아가씨' '서니' 등 전통가요·팝송들을 리메이크해왔다. 조윤성도 건반 연주에 다양한 현악기와 타악기 리듬을 끌어와 '엄마야 누나야' '젓가락 행진곡' 등 익숙한 노래들을 재해석해왔다.

16일 무대에서 두 사람은 퍼커션·드럼·베이스로 이뤄진 단출한 밴드와 함께 뜨거운 라틴 리듬('프레보' '엘 디아 퀴에 메 퀴에라'), 감미로운 포크·팝('보스 사이즈 나우' '올 바이 마이셀프'), 말로의 창작곡('여름, 그 물빛' '1994, 섬진강') 등 다채로운 재즈 성찬을 내놓는다. 조윤성은 "흥이 오르면 말로씨가 노래를 부르다 내 옆에 앉아 즉석 피아노 2중주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각자 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합동 무대는 어떤 의미일까? 말로는 "내 음악은 여전히 미완의 공간을 채우고 도전·탐구하는 여정"이라며 "듀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음악을 이어갈 영감과 동력을 얻었고, 앞으로도 다른 음악인과의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조윤성 역시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상대방도 나도 음악적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했다.

두 사람에게 한국 재즈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왜 이름도 못 알리고 돈도 못 버는 음악을 하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내가 재즈를 좋아하고, 그 음악을 한다는 거죠. 어머니·아버지 세대 옛노래를 재해석해온 것에 특히 자부심을 느껴요. 완전히 잊혔을 노래에 가치를 부여한 거니까요."(말로) "재즈 환경은 미국도 어려워요. 페스티벌의 규모는 축소되고, 지원금은 깎이고, 클럽들은 문을 닫고 있죠. 그에 비해 한국은 오히려 더 발전하고 있어요. 불협화음이 주는 묘미, 즉흥연주의 긴장과 매력이 한국인 특유의 과감성과 어울리는 것 같아요."(조윤성)

인터뷰가 끝난 뒤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봤다. "왜 예명이 '말로'예요?" "저희가 4남매인데 위로 딸 둘에 이어 다시 제가 태어나자 아들을 기대하셨던 아버지가 '정말로 못 참겠다'면서 제 아명(兒名)을 말로로 지으셨대요.(웃음)" 공연문의 (02)3143-5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