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01 03:07 | 수정 : 2012.06.01 11:58
[단독주택을 연주회장으로 개조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씨]
그동안 1300명 연주자 거쳐가… 일상공간서 관객과 음악소통
이달부터 10주년 기념행사, 전국 20곳서 100개 공연… 내년엔 5000회로 확대 계획
박씨는 "처음엔 몇 년이나 지속할지 회의와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갤러리와 카페, 주택과 레스토랑 등 전국 300여 곳에서 비슷한 음악회를 열고 있어 오히려 난립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며 웃었다. 연희동 박씨의 자택에서 출발한 하우스 콘서트는 세 차례 이사를 거쳐 지금은 도곡동의 스튜디오 율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하우스 콘서트 운영 원칙은 유별나다. 연주자에게 사전(事前)에 지급하는 보수는 없고, 관객들로부터 회비 2만원씩 받아 정확히 절반을 연주자에게 준다. '모든 관객이 회비를 내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절반은 프로그램 제작비, 와인과 스낵 구입비로 쓴다. 이 때문에 하우스 콘서트는 2006년까지 4년간 매년 수천만원씩 적자를 봤다. 박씨는 "2007년 두 번의 공연에 160~180명의 관객이 찾아와 126만원의 이익을 낸 것이 첫 흑자 기록이었다"고 했다. 박씨를 포함한 11명의 스태프도 무보수 자원 봉사가 원칙이다.
이 음악회에는 '깐깐한 비밀'도 많다. 다른 음악회를 앞둔 연주자들이 연습을 겸해 동일한 레퍼토리로 무대에 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연주자용 의자도 보통 공연장보다 1㎝가량 낮고 등받이가 없다. 박씨는 "관객들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무대가 돼야 하는데, 연주자들이 그저 리허설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한 번 세운 원칙은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지켜야 하는 유별난 성격 때문에 스태프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가수 강산에 등 하우스 콘서트의 편안하면서도 은밀한 매력에 반한 음악인들이 이 무대를 즐겨 찾는다.
국내 음악계에서 '무모한 몽상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그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또 다른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오는 7월 9~15일 하남·의정부·강릉·논산·익산·김제·안동·거제 등 전국 20여개 공연장에서 100회의 공연을 동시다발로 벌인다는 계획이다. 클래식·국악·대중음악·실험음악을 아우르는 이 음악의 '난장(亂場)'에도 '하우스 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우스 콘서트처럼 관객들이 객석이 아니라 무대 바닥에 올라와 편하게 앉아서 바로 눈앞에서 연주를 즐기게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박씨는 "좋은 연주자가 많은데도 막상 공연할 장소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의 연주회장이 텅 비어 있는 괴리를 줄여보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전국 100여개 공연장에서 5000여 회로 확산한다는 것이 박씨의 계획이다. 이 남자의 '무한 도전'에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