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30 23:22
서울대 음대 2년 선후배 임선혜·서예리 맹활약
바로크 음악 임선혜 - 헨델·모차르트·바흐 음반 특유의 음색, 내년엔 독집도
현대음악 서예리 - 불레즈가 직접 "수정 목소리"… 난해한 음악 전 즐거워요
신영옥·조수미·홍혜경 등 '한국 소프라노 트로이카'가 자리잡은 지도 벌써 30여년이 넘었다. 미래의 디바(diva)는 낭만적인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니라 전혀 의외의 분야에서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싹튼다. 1976년생 동갑내기 소프라노 임선혜와 서예리가 바로크와 현대음악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음대 2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른바 '비인기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빠른 76년생'인 임선혜는 94학번, 재수한 서예리는 96학번이다.
◇'바로크 오페라의 초콜릿' 임선혜
지난달 영국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음반상' 오페라는 헨델의 오페라 '아그리피나' 음반이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 음반에서 미래의 로마 황제 네로와 기사 오토네 사이에서 고뇌하며 아리아 10곡을 열창하는 포페아 역을 맡아서 "빈틈없고 매력 있는 목소리"(BBC 뮤직 매거진)라는 호평을 받았다. 임선혜는 "혼자 악보와 공연을 보면서 틈틈이 작품을 공부하다가, 녹음 두 달 전에야 겁 없이 리허설에 갔는데, 피아노 반주로 1시간가량 노래 부르고 간신히 합격했다"면서 웃었다.
◇'바로크 오페라의 초콜릿' 임선혜
지난달 영국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음반상' 오페라는 헨델의 오페라 '아그리피나' 음반이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 음반에서 미래의 로마 황제 네로와 기사 오토네 사이에서 고뇌하며 아리아 10곡을 열창하는 포페아 역을 맡아서 "빈틈없고 매력 있는 목소리"(BBC 뮤직 매거진)라는 호평을 받았다. 임선혜는 "혼자 악보와 공연을 보면서 틈틈이 작품을 공부하다가, 녹음 두 달 전에야 겁 없이 리허설에 갔는데, 피아노 반주로 1시간가량 노래 부르고 간신히 합격했다"면서 웃었다.

임선혜는 벨기에 출신의 고음악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음반을 4편 연속 녹음하면서 '바로크행(行) 특급 열차'에 동승했다. 성량은 다소 작은 편이지만, 꼼꼼한 캐릭터 분석과 앙증맞은 연기로 무대에서 강렬한 매력과 끼를 발산한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음성에 대해 야콥스는 벨기에 초콜릿에 비유하기도 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헨델의 '오를란도' 등 임선혜의 향후 녹음 일정도 '순항(順航)'이다. 내년에는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클레랑보의 노래들로 첫 번째 독집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그의 욕심. 오는 7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독창자로 나선다. 그는 "식생활에서도 기름기 적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음악 역시 과장이 적고 담백한 바로크 음악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헨델의 '오를란도' 등 임선혜의 향후 녹음 일정도 '순항(順航)'이다. 내년에는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클레랑보의 노래들로 첫 번째 독집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그의 욕심. 오는 7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독창자로 나선다. 그는 "식생활에서도 기름기 적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음악 역시 과장이 적고 담백한 바로크 음악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대음악의 팔색조' 서예리
지난 2010년 유럽 전역에서는 프랑스 현대음악 거장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작업이 벌어졌다. 그해 9월 독일 베를린 음악제의 주제 역시 불레즈였다. 베를린 필을 포함해 유럽의 명문 교향악단이 모여든 이 음악제에서 서예리는 '층층이'나 '겹겹이'로 번역되는 '플리 슬롱 플리(Pli Selon Pli)'를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서예리는 "공연 직후 불레즈가 직접 무대 뒤로 와서 '수정 같은 목소리'라고 격려해줬을 때 너무나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듬해 독일 쾰른에서 또다시 불레즈의 같은 곡을 협연했고, 이 실황은 작곡가의 음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 지난달 베를린의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그는 불레즈와 마티아스 핀처, 조지 벤저민과 진은숙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주요 작품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진은숙은 '말의 유희'를 비롯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때마다 서예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보낸다.
난해한 현대음악 전문으로 '사서 고생을 하는 처지'인 셈이지만, 그는 "모차르트와 직접 대화하면서 노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이겠는가. 까다로운 악보를 곁에 끼고 살아야 하지만, 동시대 작곡가의 전도사 역할을 맡는 건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서예리는 오는 11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새로운 예술)'에서 진은숙과 리게티의 곡을 노래할 예정이다. 그는 신작(新作)을 부르는 작업을 "발자국 하나 없는 하얀 눈을 처음으로 밟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난 2010년 유럽 전역에서는 프랑스 현대음악 거장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작업이 벌어졌다. 그해 9월 독일 베를린 음악제의 주제 역시 불레즈였다. 베를린 필을 포함해 유럽의 명문 교향악단이 모여든 이 음악제에서 서예리는 '층층이'나 '겹겹이'로 번역되는 '플리 슬롱 플리(Pli Selon Pli)'를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서예리는 "공연 직후 불레즈가 직접 무대 뒤로 와서 '수정 같은 목소리'라고 격려해줬을 때 너무나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듬해 독일 쾰른에서 또다시 불레즈의 같은 곡을 협연했고, 이 실황은 작곡가의 음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 지난달 베를린의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그는 불레즈와 마티아스 핀처, 조지 벤저민과 진은숙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주요 작품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진은숙은 '말의 유희'를 비롯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때마다 서예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보낸다.
난해한 현대음악 전문으로 '사서 고생을 하는 처지'인 셈이지만, 그는 "모차르트와 직접 대화하면서 노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이겠는가. 까다로운 악보를 곁에 끼고 살아야 하지만, 동시대 작곡가의 전도사 역할을 맡는 건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서예리는 오는 11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새로운 예술)'에서 진은숙과 리게티의 곡을 노래할 예정이다. 그는 신작(新作)을 부르는 작업을 "발자국 하나 없는 하얀 눈을 처음으로 밟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