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호시탐탐 진실을 바꿔친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5.30 23:24

미리 보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이 드디어 올해 첫 공연을 올린다. 반 년 가까이 갈고 닦아온 신작(新作)은 '호시탐탐(虎視耽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단편 '라쇼몽(羅生門·1915)'을 몸으로 풀어낸 1부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과 추상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2부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를 묶었다.

신작을 미리 만나보기 위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입구 게시판에는 신문기사가 여러 개 붙어 있다. 세계적 스타 무용수의 인터뷰 기사가 아니다. 죄다 건강 면에서 오려낸 것들이다. 척추관 협착증, 망가진 연골, 디스크, 고관절 치료 등 부위도 다양하다. 늘 신체의 극한에 도전하는 무용수들이지만, 이번 작품에도 홍승엽 예술감독의 '인체 미학 실험'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호시탐탐’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과 미적 탐구를 동시에 몸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작품 제목 '호시탐탐'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호시탐탐 진실을 뒤바꿔 치려 하는 인간(1부)과 자신 안에 잠자는 자아를 깨워내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무의식(2부)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드러낸다. 1부가 음산한 풍경화라면, 2부는 모던한 추상화다. 막이 오르면 무용수 16명이 등장한다. 불편한 듯 뒤뚱거리다 길고 얇은 나무판자를 집어든다. 나무판이 무용수의 몸짓을 따라 수직과 수평, 사선을 공중에 그릴 때쯤, 무용수 3인이 나뭇가지 위에 날아든 까마귀(모형)를 손에 들고 나선다. 한구석에서는 남녀 무용수 2인이 라쇼몽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한다. 노파는 시체의 머리카락을 훔치고, 남자는 그런 노파의 옷을 훔친다. 다급해지는 타악기 소리를 타고 둘의 다툼이 심해진다. 노파를 들어 메친 남자는 어기적거리며 도망간다. 2부에서는 이야기 없이 몸짓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려 한다. 심장 박동 소리를 키워놓은 듯한 반주를 따라 무용수 각자의 몸짓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으로 스며든다.

강남의 대극장에서 올리지만, 표값은 R석 2만원·S석 1만5000원으로 지난번 공연 수준. 팸플릿도 포함이다. "세금으로 예술을 하는 단체로서 당연한 도리"라는 홍 감독의 의지다. 홍 감독은 "평소에 전혀 무용에 관심 없던 분도, 공연장이라도 한번 구경하시겠다는 생각으로 와서 예술에 한 발짝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시탐탐' 6월 15~1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02)3472-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