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28 23:15
슈톡하우젠 '헬리콥터 4중주' - 연주자 實演, 지상서 취합… 헬리콥터 소음도 연주 일부로

런던 올림픽을 맞아 문화 축제의 하나로 8월 22일~25일 헬리콥터 4대가 나란히 런던 상공에 떠오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2명과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 각각 1명이 이 헬기에 탑승한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이 현악 4중주단이 헬기에서 각각 실연(實演)을 전송하면, 그 소리를 지상에서 취합해서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창공의 연주를 지상에서 구현한다는 대담하면서도 낭만적인 발상의 주인공은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1928~2007)입니다. 그래서 작품 이름도 '헬리콥터 4중주'이지요.
4명의 연주자와 4명의 헬기 조종사, 4명의 엔지니어와 4명의 영상 전송자 등이 필요한 이 작품은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작곡됐습니다. 당초 작곡가는 전통적인 현악 4중주 편성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꿈에서 헬기를 통해 음악을 전송하는 환영(幻影)을 본 뒤에 마음을 돌렸지요. 1994년 오스트리아 공군의 도움을 받아서 초연될 예정이었지만 "이런 작품을 연주하느라 대기를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오스트리아 녹색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답니다.
이듬해 네덜란드 페스티벌에서 현대음악 전문 단체인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의 연주로 초연된 현장 모습은 지금도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네덜란드 공군의 협조로 헬기에 올라탄 4중주단은 각자 헤드폰을 쓰고 연방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지상으로 연주를 쏘아 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이 현악 4중주가 초연된 직후에 평단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작곡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놀랍다"고 했지만, 반대로 미국 뉴욕타임스는 "거창하지만, 지극히 멍청한 유희"라고 깎아내렸지요. 솔직히 이 정도라면 음악과 소음, 굉음과 잡음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습니다.
이 현악 4중주는 슈톡하우젠이 1977년부터 36년간 작곡에 매달렸던 오페라 7부작 '빛(Licht)' 가운데 하나인 '수요일(Mittwoch)'에 등장합니다. '빛' 연작은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에 빗대서 20세기의 '니벨룽의 반지'라고도 불리지만, 공연에만 총 29시간이 걸리는 탓에 7부작 전체가 공연된 적은 없습니다. '수요일' 역시 1997년 완성 이후에 부분적으로만 연주됐을 뿐, 작품 전체가 빛을 본 적은 없었지요.
런던 올림픽을 맞아서 5시간에 이르는 공연 시간과 150여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이 '수요일'을 버밍엄 오페라단이 세계 초연할 계획입니다. 물론 헬리콥터 4대도 런던 창공에 띄우지요. 작곡가의 원대한 구상, 혹은 망상이 드디어 실현되는 셈입니다. 올림픽은 인간 신체의 극한에 도전하는 축전인 동시에 인간 정신의 무한함, 혹은 무모함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합니다.
4명의 연주자와 4명의 헬기 조종사, 4명의 엔지니어와 4명의 영상 전송자 등이 필요한 이 작품은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작곡됐습니다. 당초 작곡가는 전통적인 현악 4중주 편성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꿈에서 헬기를 통해 음악을 전송하는 환영(幻影)을 본 뒤에 마음을 돌렸지요. 1994년 오스트리아 공군의 도움을 받아서 초연될 예정이었지만 "이런 작품을 연주하느라 대기를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오스트리아 녹색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답니다.
이듬해 네덜란드 페스티벌에서 현대음악 전문 단체인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의 연주로 초연된 현장 모습은 지금도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네덜란드 공군의 협조로 헬기에 올라탄 4중주단은 각자 헤드폰을 쓰고 연방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지상으로 연주를 쏘아 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이 현악 4중주가 초연된 직후에 평단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작곡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놀랍다"고 했지만, 반대로 미국 뉴욕타임스는 "거창하지만, 지극히 멍청한 유희"라고 깎아내렸지요. 솔직히 이 정도라면 음악과 소음, 굉음과 잡음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습니다.
이 현악 4중주는 슈톡하우젠이 1977년부터 36년간 작곡에 매달렸던 오페라 7부작 '빛(Licht)' 가운데 하나인 '수요일(Mittwoch)'에 등장합니다. '빛' 연작은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에 빗대서 20세기의 '니벨룽의 반지'라고도 불리지만, 공연에만 총 29시간이 걸리는 탓에 7부작 전체가 공연된 적은 없습니다. '수요일' 역시 1997년 완성 이후에 부분적으로만 연주됐을 뿐, 작품 전체가 빛을 본 적은 없었지요.
런던 올림픽을 맞아서 5시간에 이르는 공연 시간과 150여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이 '수요일'을 버밍엄 오페라단이 세계 초연할 계획입니다. 물론 헬리콥터 4대도 런던 창공에 띄우지요. 작곡가의 원대한 구상, 혹은 망상이 드디어 실현되는 셈입니다. 올림픽은 인간 신체의 극한에 도전하는 축전인 동시에 인간 정신의 무한함, 혹은 무모함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