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대의 비밀] 게이字 들어가니 마케팅이 힘들더라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5.23 23:53

게이 결혼식→웨딩 스캔들 바뀐 이유

공연 넉 달째를 앞둔 연극이 '창씨개명'을 하는 이례적인 일이 생겼다. 지난 3월 개막한 연극 '게이 결혼식'이 지난주 작품명을 변경했다. 이름하여 '웨딩 스캔들'. 공연 전의 가제(假題)를 개막 때 손보거나 재공연 때 다른 제목을 쓰는 경우는 흔하지만, 공연 도중 변경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제작사인 ㈜적도는 전단과 포스터를 다시 제작하는 데에만도 200만~300만원을 들였다. 그런데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게이'라는 단어였다. '게이 결혼식'은 프랑스 극작가 제라드 비통의 원작('Le Gai Mariage')을 옮긴 코미디 연극. 원제를 직역하면 '게이 결혼식'이 맞지만 내용은 동성애와는 거리가 멀다. 유산 상속 때문에 게이인 척하고 결혼한 두 이성애자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게이'라는 단어 때문에 마케팅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제작사 측은 밝혔다. 라디오 광고를 하려 해도 안 됐고("좀 곤란하겠는데요"), 커피 전문점과 공동 판촉도 불발됐으며("윗선에서 결재가 안 나네요"), 기업 단체 판매에도 애로가 컸다("글쎄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고 한다.

제작사는 고심 끝에 이름을 바꾸고, '게이 결혼식'은 부제로 슬쩍 밀어냈다. '어설픈 게이들의 짜릿한 동거'라는 홍보 문구도 '어설픈 놈들의…'로 바꿨다. 공연 관계자들은 "마니아들이 동성애 코드 작품을 즐겨보기는 하지만 전체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여전히 동성애가 다소 불편한 코드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개명'의 효과가 있었을까? 제작사 측은 "제목을 바꾼 후 기업 단체 판매에도 탄력이 붙고("아, 공연 날짜와 할인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인터넷 예매 순위에서도 10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며 "바꾼 결정에 만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