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 "난 연예인 아닌 음악인"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5.16 23:08

내달 여섯 번째 디토 페스티벌

크레디아 제공
한국에서는 커피 광고에 출연할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만, 미국에서는 지극히 난해한 현대 음악의 초연에 뛰어들 만큼 진지한 연주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3)은 겹치기 힘든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실내악 앙상블인 디토(Ditto)의 여섯 번째 페스티벌을 앞두고, 그의 정체성에 대해 4가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연예인(Entertainer) vs. 음악인(Musician)

"결코 연예인은 아니다. '음정에 맞게 연주하는 것(play in tune)'이 내게는 언제나 고민거리다. 물론 상업적 기회가 생긴 건 고맙다. 하지만 모든 일과를 마쳤을 때, 연주자는 다시 방에 홀로 돌아와 연습해야 한다. 음악인은 배우가 아니다. 음악을 할 때는 다른 삶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

◇아이돌 그룹(Idol Group) vs. 실내악 앙상블(Chamber Group)

"2007년 디토 활동을 시작할 당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처럼 젊은 남성 음악가들이 실내악에 참여한다고 해서 '꽃미남 그룹'같은 말을 들었다. 여성 단원 하나 없는 실내악단이라니, 솔직히 처음에는 나 자신도 이런 구상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디토는 당시까지 인기가 높지 않았던 실내악을 대중화시킬 기회였다. 처음에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작품으로 조심스럽게 출발했지만, 현대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조금씩 넓히고 있다."

◇대중음악(popular music) vs. 현대 음악(modern music)

"지난해 11월 작곡가 엘리엇 카터(104)의 현악 3중주를 뉴욕에서 초연했다. 카터는 1908년에 태어나서 두 세기에 걸쳐서 살고 있는 최장수 작곡가다. 당시 뉴욕 타임스에서는 '비올라가 7분간 작품을 이끌어갔다'고 호평했다. 나는 경력을 쌓는 것보다는 음악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계획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북미에서 바르토크의 현악 4중주 전곡(6곡)을 연주하거나 한국에서 스티브 라이히와 올리비에 메시앙의 20세기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을 연주한다는 건,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결국 '나눈다'는 것이니까."

◇독주자(soloist) vs. 독신(single)

"최근 강원도에서 7번째 음반 녹음을 한 뒤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딱 하루 동안 머물면서 UCL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음 날 뉴욕으로 가서 스트라빈스키와 드뷔시의 작품을 연주했다. 이렇게 살다 보면, 퇴근해서 저녁에는 집에서 가족과 만나는 일상적 삶이 그리워진다. 이럴 땐 요리와 세탁, 달리기를 하면서 고독과 대면하거나 성취감을 느낀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3시간35분이지만, 지난 3월 LA 마라톤에서는 전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4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웃음)"

■ 리처드 용재 오닐의 디토 페스티벌, 6월 20일~7월 8일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