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빛을 머금다… 붓으로 바람을 붙잡다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05.15 03:15

제24회 이중섭미술賞 오숙환
광활한 캔버스… 오로지 黑白, 사막·별·구름 등 대자연 담아… "어둠 깊어야 빛이 아름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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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오숙환은“나의 삶, 내 생각을 진지하게 표현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귀한가. 그래서 예술가란‘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먹으로 빛을 그리는 화가.' 조선일보사가 제정한 제2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숙환(60·이화여대 미대 교수)의 별칭이다. 시커먼 먹으로 눈부신 빛을 표현한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답했다. "어둠이 깊어야 빛이 아름답지요. 가장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이 만났을 때의 시각적 충돌, 그 순간 '반짝' 하는 그 무언가를 나는 화폭에 담습니다."

오숙환은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한지에 수묵으로 판자촌 불빛을 그린 '휴식'으로 대상을 받았다. 이후 1990년대 초반의 '사막' 시리즈, 1990년대 중반 '바람' 시리즈 등 자연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폭 1m 이상의 넉넉한 화면에 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하는 것이 오숙환 작업의 특징. "90년대 초반 미국 LA에서 뉴멕시코까지 자동차 여행을 했어요. 사막 벌판에 빛이 다양한 표정을 주는 것, 바람이 움직이면서 사막에 모래 무늬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나'란 존재가 거대한 자연과 공감하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막'과 '바람'을 계속해서 그리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동양화가들도 대개 서양식 재료로 선회하는 요즘, 그는 드물게 수묵을 고집한다. 채색을 거의 하지 않은 그의 화면은 먹의 검정과 종이의 흰색, 흑백(黑白)의 대비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제 작품이 시장에선 인기가 없죠. 시커멓고 커다란 데다 장식성이라곤 없으니까. 90년대 초 채색 작업만으로 소품전을 했더니 몽땅 다 팔리더라고요. 전시에서 매진된 건 그게 유일합니다.(웃음) 초기 빛 작업에서 색을 배제한 건, 혹시라도 다른 색깔이 들어가면 빛 표현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였죠. 이후 잠시 색을 쓰다 다시 먹으로 돌아왔어요. 색 때문에 먹 특유의 부피감과 부드러운 효과가 죽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