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10 00:20
'젊은 피' 무대미술가 여신동, 회화적 디자인으로 주목
목란언니·모비딕·헤다 올해 작품 10여개 창작
꽃도 다발·송이 놓고 며칠을 고민할 정도… 텍스트 얽매임 없어야 무대미술이 날개 편다

그는 올해에만도 10여가지 '신세계'를 창조한다. 그가 만든 공간에서 탈북 처녀가 노래를 불렀고, 포경 선원이 작살을 던졌다. 지난주에는 노르웨이 귀족 부인까지 가세했다.
연극 '목란언니'와 뮤지컬 '모비딕'에 이어 연극 '헤다 가블러'까지, 섬세하고 회화적인 세트는 무대 미술가 여신동(35)의 감각이기에 가능했다. 지난 8일 '헤다 가블러'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여씨는 "무대는 삶을 들여다볼 때 나온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무대 미술가인 박동우 중앙대 교수에 이어 '제2의 박동우가 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2006년 뮤지컬 '빨래'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2011년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모비딕')을 받으며 욱일승천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해왔으나, 마음고생도 없지는 않았다. 제일 고생했던 작품 'A'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기획사에서 "돈 든다"며 디자인 요소를 죄다 빼버리는 바람에 그만둘까 싶기도 했다. "이것도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는 "텍스트에 얽매이지 않아야 무대 미학이 날개를 달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한 '빨래' 무대에서, 가난은 누추하지 않고 반짝거린다. 여씨는 가난의 이미지를 회색으로만 떠올리는 기존 관념을 깨고 알록달록한 빨래를 널고 노란 꽃을 심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단순한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밤을 세운다. 우선, 배우를 관찰하며 그들에게 색깔과 생기를 입힐 공간을 그려본다. '헤다'에 등장하는 계단이 대표적인 예. 원작에는 없으나, 배우 이혜영을 보고 떠오른 느낌으로 만들었다. "이혜영 배우가 계단을 내려오는 이미지가 머리에 딱 꽂혔거든요. 예민한 헤다가 등장할 때는 꼭 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봤어요." 꽃 한 송이도 예사로 꽂은 게 아니다. 다발인가 송이인가, 둥근가 뾰족한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헤다를 관찰하도록 거울도 비뚜름하게 걸었다. 극이 절정에 오른 마지막 1분의 '그 장면'이 되면 헤다의 심장을 상징하는 유리잔 300여개와 거울 9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극 '목란언니'와 뮤지컬 '모비딕'에 이어 연극 '헤다 가블러'까지, 섬세하고 회화적인 세트는 무대 미술가 여신동(35)의 감각이기에 가능했다. 지난 8일 '헤다 가블러'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여씨는 "무대는 삶을 들여다볼 때 나온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무대 미술가인 박동우 중앙대 교수에 이어 '제2의 박동우가 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2006년 뮤지컬 '빨래'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2011년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모비딕')을 받으며 욱일승천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해왔으나, 마음고생도 없지는 않았다. 제일 고생했던 작품 'A'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기획사에서 "돈 든다"며 디자인 요소를 죄다 빼버리는 바람에 그만둘까 싶기도 했다. "이것도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는 "텍스트에 얽매이지 않아야 무대 미학이 날개를 달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한 '빨래' 무대에서, 가난은 누추하지 않고 반짝거린다. 여씨는 가난의 이미지를 회색으로만 떠올리는 기존 관념을 깨고 알록달록한 빨래를 널고 노란 꽃을 심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단순한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밤을 세운다. 우선, 배우를 관찰하며 그들에게 색깔과 생기를 입힐 공간을 그려본다. '헤다'에 등장하는 계단이 대표적인 예. 원작에는 없으나, 배우 이혜영을 보고 떠오른 느낌으로 만들었다. "이혜영 배우가 계단을 내려오는 이미지가 머리에 딱 꽂혔거든요. 예민한 헤다가 등장할 때는 꼭 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봤어요." 꽃 한 송이도 예사로 꽂은 게 아니다. 다발인가 송이인가, 둥근가 뾰족한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헤다를 관찰하도록 거울도 비뚜름하게 걸었다. 극이 절정에 오른 마지막 1분의 '그 장면'이 되면 헤다의 심장을 상징하는 유리잔 300여개와 거울 9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무대라도, 공연이 끝나면 헐려야 한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제 작품의 운명을 아니까 일단 공연이 올라가면 마음을 비운다"고 했다. '헤다' 이후에도 대여섯 작품이 대기 중이다. 들어오는 제의를 그나마 물리친 게 그 정도다. 오는 12월에는 '스타 디자이너'인 그와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함께 하는 작품이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오른다. "리어왕이 나올 것도 같고, 트랜스포머처럼 변하는 리어카가 나올 것도 같아요. 어떤 작품으로 확정되든, 미학적인 발견과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