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살갗을 한 겹 벗기면…

입력 : 2012.04.30 23:42

보그 모먼트展

등이 깊게 팬 랑방의 블랙 드레스를 입고, 디오르 보석으로 치장한 모델이 거울을 들여다본다. 여기까진 패션 매거진 '보그(Vogue)'의 전형적 사진. 그러나 모델의 등·어깨·팔엔 뼈와 힘줄이 다 드러나 있고, 거울에 비친 얼굴은 피부를 벗겨 내 추악하다<사진>.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본 작가 후미에 사사부치(37)는 보그 속지에 등장하는 모델의 신체에 볼펜과 색연필로 뼈와 근육, 핏줄과 튀어나온 눈알 등을 해부학 투시도처럼 그려넣었다. 모델이 몸에 걸친 화려한 명품과 '살갗 한 꺼풀' 아래의 징그러운 속살이 대비되면서 '미(美)의 본질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작업.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27일까지 열리는 '보그 모먼트(Vogue Moment)'는 'Beauty is only skin-deep(미모는 오직 살갗 한 꺼풀일 뿐)'이라는 영어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 패션 매거진의 대명사인 보그 표지와 속지를 작업 재료로 사용해 화려한 겉모습이 중시되는 소비사회와 물질문명을 비판한 8명의 작품 56점이 나왔다. (02)880-9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