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21 03:04 | 수정 : 2012.04.21 17:29
이혜영 연극 '헤다 가블러' 주연
"차갑고 뜨겁고 강하고 약한… 이혜영 아니면 안 되는 역할"
연출가 박정희씨가 밀어붙여… "어느 때보다 자신감 충만… 새로운 여성 캐릭터 기대하세요"
한 달 전, 배우 이혜영(50)은 수첩에 '5월 공연, 6월 새 세상!'이라고 적었다. 내달 4일 개막하는 연극 '헤다 가블러'(연출 박정희)의 주역을 맡아 연습에 들어가던 날이었다.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조명되는 작품이에요. 살아온 만큼, 경험한 만큼 '배우 이혜영'이 이번 무대에서 드러나겠죠."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주인공 헤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번 작품을 '이혜영의, 이혜영에 의한, 이혜영을 위한' 무대로 착착 만들어가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반기는 시고모와 만나는 장면에서 연출가 박정희씨가 물었다. "여기서 감정은 뭐지?" "불안…, 불만…, 건성…." 이혜영의 대답을 들은 박씨는 "그렇지!"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가 연극에 돌아온 것은 1999년 '햄릿1999' 이후 13년 만이다. "4막 내내 헤다가 무대에 나와요. 3시간 동안 무릎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대사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비틀거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지만, 배우로서 제게 새 세상이 열리리라 믿고 있어요."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쓴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 주인공 헤다는 '여자 햄릿'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모순된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혜영은 2001년 본지 인터뷰에서 "'여자 햄릿'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1년 만에 그의 말은 예언처럼 실현됐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주인공 헤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번 작품을 '이혜영의, 이혜영에 의한, 이혜영을 위한' 무대로 착착 만들어가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반기는 시고모와 만나는 장면에서 연출가 박정희씨가 물었다. "여기서 감정은 뭐지?" "불안…, 불만…, 건성…." 이혜영의 대답을 들은 박씨는 "그렇지!"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가 연극에 돌아온 것은 1999년 '햄릿1999' 이후 13년 만이다. "4막 내내 헤다가 무대에 나와요. 3시간 동안 무릎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대사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비틀거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지만, 배우로서 제게 새 세상이 열리리라 믿고 있어요."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쓴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 주인공 헤다는 '여자 햄릿'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모순된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혜영은 2001년 본지 인터뷰에서 "'여자 햄릿'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1년 만에 그의 말은 예언처럼 실현됐다.
작품은 헤다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이틀을 보여준다. 그녀의 과거를 차지했던 옛 애인, 현재를 점령한 남편, 미래를 점유하겠다는 남자까지 세 사람이 헤다를 둘러싼다. 국내 프로 무대에서 정식으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혜영의 출연은 연출가 박정희씨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박씨는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강하면서도 약한, 한 인간의 절규를 입체적이고 원숙하게 표현할 배우는 이혜영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곧바로 "하겠다"고 했다. "헤다 가블러라는 이름에 매료됐어요. 어딘지 알 수 없으면서 끌리잖아요. 장군의 딸이라는 명예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고독한 사람이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것도 차마 저지르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쉽게, 마구 저질러버리는 이 시대에 더욱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헤다 가블러' 포스터에는 그 흔한 홍보 문구 하나 없이 이혜영의 얼굴만 커다랗게 박혀 있다. 2009년 명동예술극장 개관 이후 배우의 얼굴 하나로 포스터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포스터 속의 그는 불안, 못마땅함, 집념, 오만함 그리고 연약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헤다 가블러라는 이름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어요. 닿기만 해도 털끝을 곤두세울 여자, 뭔가에 몰두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여자인 거죠."
헤다가 '장군의 딸'이라는 자아에 눌려 있었다면, 이혜영은 '거장(巨匠)의 딸'이라는 명성에 들려 연기를 시작했다. 70년대 영화감독 이만희(1931~1975)의 딸인 이혜영은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으로 데뷔했다. 영화 '땡볕'(1984)에 출연할 무렵에는 글래머 배우로 유명했다. 그는 "한 번도 육체를 내세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를 남자의 성적(性的) 대상으로는 보지 않았어요. 제 몸이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전 일관되게 정직했고 나름대로 도덕이 있었어요. 오늘의 이혜영이 있기까지 신뢰와 인정은 그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는 십수 년 전 길거리에서 모욕을 당한 기억 때문에 연기를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10대 여학생이 지나가다 저를 보고 '나, 저 여자 싫어!'라고 말했어요. 전 세상 모두가 절 알고,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커다란 착각이었던 거죠. 충격을 받아 어떤 역할을 하려 해도 잘 안 됐어요." 자신감을 찾도록 도와준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의 사랑이 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했고, 소중하게 여기게 했어요. 이번 무대에서도 충전된 자신감으로 헤다를 잘 보여줘서, 모든 여배우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새로운 여주인공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헤다 가블러' 5월 4일~28일, 명동예술극장, 1644-2003
'헤다 가블러' 포스터에는 그 흔한 홍보 문구 하나 없이 이혜영의 얼굴만 커다랗게 박혀 있다. 2009년 명동예술극장 개관 이후 배우의 얼굴 하나로 포스터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포스터 속의 그는 불안, 못마땅함, 집념, 오만함 그리고 연약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헤다 가블러라는 이름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어요. 닿기만 해도 털끝을 곤두세울 여자, 뭔가에 몰두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여자인 거죠."
헤다가 '장군의 딸'이라는 자아에 눌려 있었다면, 이혜영은 '거장(巨匠)의 딸'이라는 명성에 들려 연기를 시작했다. 70년대 영화감독 이만희(1931~1975)의 딸인 이혜영은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으로 데뷔했다. 영화 '땡볕'(1984)에 출연할 무렵에는 글래머 배우로 유명했다. 그는 "한 번도 육체를 내세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를 남자의 성적(性的) 대상으로는 보지 않았어요. 제 몸이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전 일관되게 정직했고 나름대로 도덕이 있었어요. 오늘의 이혜영이 있기까지 신뢰와 인정은 그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는 십수 년 전 길거리에서 모욕을 당한 기억 때문에 연기를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10대 여학생이 지나가다 저를 보고 '나, 저 여자 싫어!'라고 말했어요. 전 세상 모두가 절 알고,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커다란 착각이었던 거죠. 충격을 받아 어떤 역할을 하려 해도 잘 안 됐어요." 자신감을 찾도록 도와준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의 사랑이 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했고, 소중하게 여기게 했어요. 이번 무대에서도 충전된 자신감으로 헤다를 잘 보여줘서, 모든 여배우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새로운 여주인공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헤다 가블러' 5월 4일~28일, 명동예술극장,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