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명랑한 신파로… 더 슬프죠"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4.18 23:20

'푸르른 날에' 연출 고선웅

지난해 그가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푸르른 날에'(제작 신시컴퍼니남산예술센터)는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하는 '베스트 3' 작품에도 뽑혔다. 선정 이유가 눈에 띈다. '희곡이 지닌 감상성을 극복하였다는 점에서 연출력이 특히 돋보였다.' 관객도 많이 들었다. 지난해 5월 초연 당시 남산예술센터 개관 이래 최고의 객석점유율(75%)을 기록했다. 재공연은 당연지사. 오는 21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다.

'특히 돋보인 연출'을 보여준 그 연출가, 고선웅(44)씨를 최근 대학로에서 만났다. 제3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푸르른 날에'는 5·18 이후 30년 만에 만난 남녀가 주인공이다. 5·18이 배경인 작품을 올리며 고씨는 '명랑한 신파'라는 파격을 감행했다. 작품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은데, 어느새 너무도 슬퍼진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이야기할 때 슬플 수 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5·18을 다루다 보면 목적극이나 기념극처럼 우울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게 싫었어요. 명랑해도 아이러니가 생기고 슬프거든요. 30년 전 아픔과 상처는 떠나보내든지 잊든지 수습하자는 거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습실에서 연극‘푸르른 날에’연기 지도 중인 연출가 고선웅씨. /남산예술센터 제공
'명랑한 통속극'으로 가자고 해놓고 보니 "정말 명랑해도 될까?"라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분들이 불쾌하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다행히 초연 때 광주에서 올라온 관객들이 '고맙다. 좋았다'고 하셨어요. 거룩하지 않으니까 좋아하신 것 같아요." 재공연에서는 도청(道廳) 장면과 전쟁 장면 등에 힘이 더 들어갔다. 음악도 추가됐다. 미셸 폴나레프가 부른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가 앞뒤 가리지 않고 신파를 자극한다.

그는 '푸르른 날에'가 아픔을 잊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5·18 당시 용기가 없어서 비겁했던 사람들이 있어요. 죄책감을 이제 좀 놔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화해와 용서라는 주제가 끝 부분에 풀려요. '사랑이여'를 오래 합창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엄청나게 슬플 겁니다."

연말에는 강남 한복판 대극장 LG아트센터에서 그의 작품을 공연한다. 현재까지는 '고선웅 신작'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다. 그는 "고령화 문제를 리어왕 이야기 틀로 올려볼까 한다"고 귀띔했다. "이제는 자식이 성인이 되고서도 부모가 오십년 넘게 살아요. 그 긴 시간 동안 부모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니 충돌이 없을 수 없죠. 가정에서 세대 간 분열이 일어나면 세상이 혼탁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