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테스트] 동화 파괴자, 일곱 난쟁이한테 무슨 짓을

  • 텍스트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04.18 13:34

한국서 첫 개인전 여는 '엽기·외설의 작가' 폴 맥카시
"손에 性기구 든 산타, 直腸에 쑤셔넣은 바비… 난 논쟁하려 예술
처참하게 망가진 이 난쟁이들처럼 현대 서구문명은 정상이 아니다"

폴 맥카시. /이덕훈 기자
피처럼 붉은 토마토케첩을 분사한 교실에서 구토를 계속하다가 직장(直腸)에 바비 인형을 쑤셔넣기, 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심에 성행위 기구를 손에 든 산타클로스 설치하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오사마 빈 라덴 등으로 분장한 인물과 성을 연상시키는 행위 벌이기….

미국 작가 폴 맥카시(McCarthy ·67)의 작품세계는 '엽기(獵奇)와 외설(猥褻)'로 요약된다.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코드 '섹스(sex)'는 도발이나 요염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거북하고 역겨우며, 지저분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을 아름다움, 조화, 낙관과 같은 가치와 결부시킨다. 그러나 그는 내가 추구하는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위기에 처한 세상에 논쟁거리를 던지기 위해 예술을 한다."

폴 맥카시 개인전 '아홉 난쟁이들'이 내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3관에서 열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 캐릭터를 재해석한 실리콘 조각 아홉 점이 나왔다. 맥카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줄곧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피노키오' 등 동화나 대중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해 왔다. "디즈니의 '백설공주'는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표상이다. 현대의 우리는 디즈니 만화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에 지나치게 길들어 있지 않은가. 뒤틀리고 상처 입어, 온전치 못한 현대 서구문명의 이미지를 난쟁이 조각에 투영해 표현했다."

맥카시는“‘난쟁이 시리즈’는 조각인 동시에 일종의 퍼포먼스다. 나는 작업을 하는 행위까지 작품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폴 맥카시의 실리콘 난쟁이 조각. 왼쪽부터‘멍청이#1’‘, 졸음이#2’,‘ 멍청이#2’.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그의 말처럼 난쟁이 조각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망가지고 부서진 상태. 코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고 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울타리 기둥이 박혀 있는 '심술이(Grumpy)', 눈과 가슴 부위에 처참한 구멍이 뚫린 '멍청이(Dopey)', 얼굴과 신발은 윤이 나게 다듬어졌지만 수염과 몸통은 거친 실리콘 덩어리 그대로인 '부끄럼이(Bashful)' 등이다. 맥카시는 "나는 내 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억압과 남성의 폭력을 다뤄 왔다. 이번 작업에서 성기(性器)를 연상시키는 파이프나 기둥이 사용된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내 난쟁이들은 온전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남성 광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서울서 전시되는 작품은 맥카시 작품치고는 극히 '얌전한' 편. '백설공주'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국내 전시는 처음이라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국제갤러리 개관 30주년 기념전. 국제갤러리는 전시장 뜰에 맥카시의 높이 5m짜리 알루미늄 조각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2010)도 설치했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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