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들면 최소 3시간… '첼로 마라토너'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4.11 00:14

비스펠베이 내달 15일 내한공연
바흐 모음곡 전곡 300차례 연주… 한번 빠져들면 새세상이 펼쳐져

한번 활을 들었다 하면 하룻밤 최소 3시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6곡)부터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까지….

네덜란드 출신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50)는 '첼로의 마라토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0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회, 2002년과 2008년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열었다. 그가 다음 달 15일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으로 한국에서 4번째 '첼로 마라톤'을 펼친다. 중간 휴식 2번을 포함해도 전체 연주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는다. 음악적 완주(完走)를 고집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덜란드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 하루 3시간을 훌쩍 넘는 전곡 연주회를 불사하는 ‘첼로의 마라토너’다. /크레디아 제공
―지금까지 바흐의 모음곡 전곡을 몇 번이나 연주했는가.

"30여 년 전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연주한 이후, 200~300차례는 되는 것 같다. 특히 바흐(1685~1750) 서거 250주기이자 새로운 밀레니엄이었던 2000년에는 한 해만 50여 차례는 연주했다."

―3시간이 넘는 연주회는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쉽지 않은 고행(苦行)일 텐데.

"200~300여 년 전에 작곡된 고전 작품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몸 풀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일종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단 입장하고 나면 너무나 많은 매력과 의미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우아하면서도 품위 있는 36개의 무곡(舞曲)이 우리를 한없이 끌어올린다고 할까. 단지 2~3곡의 모음곡만으로는 충분히 말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다."

―바흐의 이 작품을 두 차례나 음반으로 녹음했는데.

"처음 녹음했을 당시가 28세 때였고, 갓 세계무대에 데뷔할 때였다. 그 뒤 7년간 숱한 연주회를 가졌고, 작품 해석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재(再)녹음을 결심했다. 음악에서 전진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는 건, 죽음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슬픈 일이다. 올해 6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바흐 세미나를 열고서, 바흐 무반주 모음곡을 세 번째로 녹음할 계획이다."

―당신의 스승인 명(名)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78)도 바흐의 이 모음곡 전곡을 두 차례 녹음했는데.

"빌스마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13세 때 연주회에서 이틀에 걸쳐서 듣고 그 소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스승과 공부할 때에는 첼로의 연주 기법이나 낭만주의 작품을 주로 공부했을 뿐, 바흐의 작품은 배우지 않았다."

―바흐의 대가(大家)에게 정작 바흐를 사사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 그에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을까 내심 두려웠다. 바흐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바흐와 같은 바로크 작품부터 엘리엇 카터의 현대 음악까지 레퍼토리도 방대한데 작품 선정의 기준은.

"협주곡은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의 요청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떤 레퍼토리에도 개방적이어야 한다. 반면 리사이틀은 슈베르트 전곡이든 브람스든, 현대 음악이든 나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나만의 연주 기법이나 해석, 관점을 확장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된다."

―가끔은 이런 개방성이나 진취성 때문에 '첼로의 카멜레온'으로도 불린다.

"그렇다면 '영광'이다."

▲피터 비스펠베이의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 연주회, 5월 1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