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04 23:28
[리뷰] 연극 '아내들의 외출'
팬케이크가 원수였다. 미국 공항에서 아침으로 주문했다가 늦게 구워지는 통에 귀국행 비행기를 놓쳤다. 발이 묶인 시어머니, 며느리, 딸 세 여자는 대합실에서 밤을 새운다. 엄마(손숙 역)는 딸(이선주 역)이 잡동사니가 든 복대를 찬 게 맘에 안 들고, 화장품 하나 바르지 않는 것도 못마땅하다. 며느리(소희정 역)는 서울 남편과 통화하다 끝 모를 무심함에 화를 낸다. 딸은 엄마의 흡연을 말리려 애쓰고, 세 여자의 목청은 점점 올라간다.
연극 '아내들의 외출'(작 박춘근·연출 박혜선)은 마음의 자갈밭을 파헤쳐나가는 사려 깊은 지도책이다.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며, 여자라면 하나쯤 가슴에 묻어뒀던 돌덩이를 찾아서 꺼내주려 한다. 엄마의 돌덩이는 갈현동 강 마담이었다. 남편을 훔쳐간 강 마담은 남편의 빈소에까지 나타났다. 담배를 시작한 것도 강 마담 때문이다. "그 여자 때문에 나는 숨만 쉬는 고깃덩어리 같았어."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차오른 엄마는 이국(異國)의 공항에서 죽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외친다. "내가 여자라는 말 들을 거야!"
연극 '아내들의 외출'(작 박춘근·연출 박혜선)은 마음의 자갈밭을 파헤쳐나가는 사려 깊은 지도책이다.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며, 여자라면 하나쯤 가슴에 묻어뒀던 돌덩이를 찾아서 꺼내주려 한다. 엄마의 돌덩이는 갈현동 강 마담이었다. 남편을 훔쳐간 강 마담은 남편의 빈소에까지 나타났다. 담배를 시작한 것도 강 마담 때문이다. "그 여자 때문에 나는 숨만 쉬는 고깃덩어리 같았어."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차오른 엄마는 이국(異國)의 공항에서 죽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외친다. "내가 여자라는 말 들을 거야!"
의사 남편을 둔 유능한 프리랜서로만 보였던 며느리는 유서까지 써두고 나날을 버티고 있었다. 남편과 아들 돌보는 데 진력이 나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난 괜찮지 않아요. 내가 모두를 보살펴주는데 왜 나한텐 관심이 없죠?" 나이 마흔에 이른 폐경기를 맞은 딸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세 여자의 예측 가능한 고통은 진부함과 익숙함 사이를 넘나들며 '바로 내 얘기'라는 공감의 자장(磁場)을 넓혀간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같은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편하다. 배우 손숙의 관록은 이번에도 안정적인 버팀목이 됐다.
날이 밝자 낙오한 패잔병 같던 세 여자는 서로를 토닥이며 화장을 해준다. 그들의 얼굴에 색이 더해질 때 관객의 귓가에 위로의 속삭임이 퍼진다. "괜찮다, 괜찮다"고.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3272-2334
날이 밝자 낙오한 패잔병 같던 세 여자는 서로를 토닥이며 화장을 해준다. 그들의 얼굴에 색이 더해질 때 관객의 귓가에 위로의 속삭임이 퍼진다. "괜찮다, 괜찮다"고.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3272-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