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04 00:54
장부 가격 이하로 팔려 '논란'
"부산 저축은행 등 비자금 조성 위해 장부 부풀렸을 가능성"
3일 오전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지난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에서 압류된 중국 작가 쩡판즈(曾梵志·48)의 작품 '트라우마'(2007)가 프랑스인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가는 630만HKD(약 9억1000만원·수수료 제외). 경매 추정가는 570만~850만HKD 사이였다.
이 그림을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압류한 예금보험공사 측에서도 경매 현장을 지켜봤다. 엄태식 예금보험공사 특수자산부 해외자산팀장은 "'헐값 매각' 논란을 막기 위해 추정가를 다소 높게 매겼는데도, 대부분 추정가 범위 내에 낙찰돼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및 삼화·도민 저축은행에서 모두 91점의 미술품을 압류해 서울옥션 측에 경매를 위탁했고, 앞서 지난달 4점을 팔았다. 이날 홍콩 경매에서는 10작품이 나와 9점이 팔렸고, 낙찰 총액은 1832만HKD(약 26억4600만원)를 기록했다.
장샤오강(張曉剛·54)의 '혈연 시리즈'(2003)가 540만HKD(약 7억8000만원)에 홍콩의 한국 교포에게, 쩡판즈의 '스카이 여자 초상'(2007)이 350만HKD(약 5억원)에 대만 컬렉터에게 팔렸다.
이날 홍콩 경매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저축은행의 미술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 측은 작품들의 '장부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5월 본지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계열 화랑 워터게이트 소장품 목록에 따르면 각 작품의 장부가격은 장샤오강의 '혈연 시리즈'가 14억원, 쩡판즈의 '트라우마'가 13억원, '스카이 여자초상'은 7억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매에서는 각각 7억8000만원, 9억1000만원, 5억원에 팔렸다. 장부가와 비교하면 55.7%, 70%, 66.6% 선에서 낙찰된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이들 미술품을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 알려지지 않아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장부가를 부풀려 비자금 등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예보 측은 "애초 저축은행에서 기재한 장부가격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