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8 23:23
[뮌헨 필 상임지휘자 복귀… 이메일로 물어본 그의 삶]
내달 영국필하모니아와 내한 - 지휘 75년, 난 과정을 즐겨… 평양음악회? 다시 가고 싶다

그는 7세 때부터 지휘 수업을 받았고, 11세 때에는 그가 지휘한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라디오 방송을 타면서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전형적인 영재 출신이지만, 75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여전히 무대를 지키고 있다. 다음 달 7~8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내한해서 말러의 교향곡 1·5번을 지휘하는 마젤에게 '음악적 장수'의 비결을 이메일로 물었다.
―'음악 영재'로 자라날 때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어릴 적 지휘봉을 잡는다는 건 클래식 음악에서 필수적인 핵심 레퍼토리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작품들은 지휘자들을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건, 대단한 이점이 된다. 하지만 '보통 아이'로 돌아가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나 역시 여름 방학에만 무대에 서면서 매년 음악회를 5~6차례로 줄이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마젤은 이른 데뷔 이후 17세에 피츠버그 대학에 입학해서 언어와 수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대학 시절에는 학교 오케스트라와 4중주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지휘 경력만 75년에 이른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내 음악 생활을 '경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음악을 빚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 정답 아닐까."
―첼리스트 장한나는 당신이 작곡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초연했으며, 당신의 지휘 클래스에서 공부한 제자이기도 하다. 장한나는 좋은 학생이었는가.
"물론이다. 좋은 학생이 아니고서는 결코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없다. 배운다는 건 듣는 행위에서 출발하며,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한나는 이 점에서 탁월했다."
―2008년 뉴욕 필을 이끌고 북한 연주회를 가졌다. 다시 초청받는다면 응할 생각이 있는가.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았을 때 우리는 북한 전역에서 이 음악회를 듣거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객석에 앉아 있던 청중의 눈물은 잊을 수 없다. 적절한 상황이 된다면, 음악회를 갖기 위해 다시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

―최근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음악인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유럽과 미국의 정상급 악단에도 아시아 음악인들이 이미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아시아 투어를 할 때에도 젊고 역동적인 관객들의 반응에 놀란다. 다만 젊은 음악인들에게 자국(自國) 이외의 다양한 문화에 폭넓게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뮌헨 필하모닉으로 복귀를 결심했는데.
"주요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다시 짊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라'고 하지 않는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을 갖춘 이들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었다. 임기는 3년이다."
(2009년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마젤의 은퇴를 점치는 평론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그는 뮌헨 필 상임 지휘자로 복귀했다.)
―지난해 영국에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탁월한 기억력으로 유명한데, 혹시 그의 작품도 모두 외워서 지휘하는가.
"내게는 다섯 번째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였다. 사실 그의 모든 교향곡을 외워서 지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암보(暗譜) 자체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음악이라는 결과물의 수준이다."
▲로린 마젤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4월 7~8일 예술의전당, (02)541-3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