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객석에서] 통영음악제 연주회 도중, 20여분 괴성 해프닝

  • 통영=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3.25 23:36

"문 좀 열어주세요!"

지난 24일 낮 경남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올해 10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의 둘째 날 공연을 위해 피아니스트 김다솔(22)씨가 무대로 올라왔다. 이날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9번을 협연한 김씨는 작곡가 당시의 풍경처럼 별도의 지휘자 없이 객석을 등지고 앉아서 악단을 바라보며 연주했다. 대담하면서도 개성 만점의 연주가 마지막 3악장으로 치달을 즈음, 객석 2층 왼편에서 갑자기 철문을 거세게 손발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크로 시작, 도움을 청하는 고함과 함께 쿵쾅거리는 굉음으로 번졌다. 영문을 알 길이 없었던 1층 관객들은 괴성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고 뮌헨 체임버 단원들도 급기야 2층을 바라보았다. 협연자가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다행히 연주를 멈추지는 않았지만, 자칫 공연중단으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괴성은 김씨가 앙코르로 들려준 브람스의 '간주곡(intermezzo)'까지 20여분간 계속됐다. 휴식 시간에 뛰어가 보니, 여성 환경 미화원이 객석 2층 왼편의 조명실에 갇혀서 문을 열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연장 운영을 책임진 객석 안내원들도 공연 내내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했을 뿐,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미화원은 "매일 아침 6시 반부터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청소하는데, 컴컴한 조명실의 문이 열리지 않아서 갑자기 당황했다"고 말했다.

24일 피아니스트 김다솔(가운데)씨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9번을 협연하는 모습. 협연 도중 공연장 관계자의 괴성으로 20여 분간 공연진행에 지장을 빚었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이날 연주곡인 하이든 교향곡 44번과 모차르트 협주곡 9번의 1~2악장에서는 악장 간 박수가 계속 터졌고, 브람스의 앙코르는 휴대전화의 '우렁찬' 벨 소리와 함께 끝났다. 이 때문에 전반부는 공연장 결례(缺禮)의 '종합 선물 세트'가 된 것 같았다. 결국 후반부 시작 전에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공연에 방해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는 장내 방송이 뒤늦게 흘러나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10주년과 내년 새로운 전용 음악당 완공을 맞아서 외형적 확대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장 관계자는 긴급한 사고를 제외하면 소음을 내서는 안 되고, 공연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재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기본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서 이날 '촌극'은 빚어졌다. 통영국제음악제의 한 관계자는 "국제음악제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