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1 23:38
[교향악단 연주 횟수 큰 차이]
예산 부족, 상주 공연장이 없다 - 5~6배 차이나는 예산 영향 커
관객 유치, 다양성이 없다 - 러시아워 콘서트등 기획 부족
본지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메이저 오케스트라와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 부천 필하모닉 등 국내 교향악단의 한 해 연주회 횟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국내 악단은 해외 악단 연주횟수의 평균 42%에 머무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 필(135회), 뉴욕 필(131회), 베를린 필(129회) 등 세계 명문 악단들은 한 시즌 평균 130여 회의 오케스트라 연주횟수를 보이고 있다. 반면 KBS 교향악단(68회), 서울시향(62회), 부천 필하모닉(37회) 등은 오케스트라 연주횟수가 한 해 최대 60여 회에 그쳤다. 이 조사에는 해외 투어와 청소년·가족 공연 등 관현악 연주회가 포함됐으며, 일부 단원만 참여하는 간이 음악회와 실내악 연주회는 제외했다.
국내외 악단의 공연횟수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우선 악단 예산의 절대적 차이 때문이다. 중앙·자치정부의 지원이나 기업 후원에 따라서 악단 예산에도 편차가 있지만, 뉴욕 필은 대략 한 시즌 6900만달러(약 770억원·미국 오케스트라 연맹 자료), 베를린 필은 3400만유로(약 5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서울시향은 170억원, KBS 교향악단은 100억원 정도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소속된 부천시립예술단은 60억원 수준이다. 국내 교향악단 관계자는 "해외 악단과의 예산 차이는 연주횟수만이 아니라 협연자의 수준과 단원 처우, 행정 인력의 숫자와 프로그램 기획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비단 돈만이 문제는 아니다. 해외 오케스트라가 상주 공연장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매주 3~4차례의 연주회를 열고 있는 반면, 국내 교향악단은 1~2회에 그치는 것도 원인이다. 베를린 필은 필하모니 홀, 빈 필은 무지크페라인, 뉴욕 필은 에이버리 피셔 홀의 상주 단체로 지휘자나 협연자를 초청하면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매주 3~4차례씩 연주회를 연다. 반면 KBS 교향악단은 KBS 홀과 예술의전당에서 2차례, 서울시향은 예술의전당에서 1차례 연주회를 열고 있다. 국내 악단으로서는 정성껏 프로그램을 준비하고도 정작 활용도와 효율은 떨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연주회의 숫자뿐 아니라, 악단 연주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 실력 향상의 선결 조건으로 '전용 음악당 건립'을 내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연주회를 시도하거나, 안정적인 시장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뉴욕 필하모닉의 경우, 퇴근길 관객을 겨냥해서 정기 연주회(오후 8시)보다 프로그램을 간소화하고, 연주회 시간을 오후 6시 45분으로 앞당긴 '러시아워 콘서트'를 열고 있다. 빈 필 역시 매년 여름 유럽 최대의 음악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상주 단체로 악단의 명성과 살림살이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 악단의 경우, 서울시향이 최근 '오케스트라와 놀자' 같은 음악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고, KBS 교향악단은 한 해 15~17회가량 방송 프로그램에 쓰이는 음악 녹음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연주회 형식에 대한 고민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