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도발의 춤, 그가 또 온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3.21 23:30

이스라엘 현대무용가 호페쉬 쉑터, 출세작 2편 들고 내한

2010년 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장에서 독특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공연 중 전화기를 켜두셔도 됩니다. 어차피 안 들리실 테니까요." 곧이어 귀가 찢어질 듯 울리는 타악기 소리와 눈부신 조명이 객석을 덮쳤다. 록 콘서트인가 싶었던 당시 공연은 이스라엘 출신 현대무용가 호페쉬 쉑터(37)의 작품 '폴리티컬 마더(Political Mother)'. 음악과 조명의 강한 기운을 타고 원초적인 힘이 폭발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관객은 기립으로 열광했다.

쉑터가 출세작 '반란'(2006)과 '당신들의 방에서'(2007)를 들고 다시 한국에 왔다. 22일부터 이틀간 공연한다. 19일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인근에서 만난 쉑터는 수줍고 차분했다. "제 작품의 에너지 못지않게 뜨거웠던 한국 관객의 열기가 여전히 기억난다"고 했다.

'반란'이 그를 현대무용계의 스타로 띄웠다면, '방에서'는 최고 인기 안무가 위치를 굳혀줬다. 유럽 무용의 최대 격전지인 런던에서 6개월 만에 '300석 안무가에서 1500석(새들러즈 웰즈 극장) 스타'가 됐다. '밀레니엄 이후 영국에서 창작된 가장 중요한 무용 작품'이라는 찬사에 이어 2009년 영국 국립무용상(The national dance awards)의 '최고 현대무용 안무상'도 받았다. 이후 파리 베를린 멜버른 싱가포르 등 해외 공연마다 매진 사례다.

두 번째 내한 공연하는 호페쉬 쉑터(왼쪽에서 둘째)가 자신의 작품‘반란’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 그는“군 복무 등 모든 경험이 무용 언어가 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힘과 에너지가 특징인 그의 작품은 예술적 '허기'에서 출발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두 살 때 어머니가 나를 떠났다. 그 이후, 나는 큰 구멍이 뚫린 양동이가 됐다. 무엇을 부어도 비어 있었다." 텅 빈 내면은 무대에서 충전되는 에너지로 채워졌다.

티셔츠에 면바지뿐, 특별한 의상도 없다. 발을 구르고 손을 흔드는 일상적인 몸짓인데, 뜯어보면 근육의 움직임과 힘의 배분이 정교하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난해한 현대무용에 고개를 돌렸던 관객에게 도발의 쾌감을 안겨준다.

'반란'에는 쉑터의 군대 경험이 들어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군 복무가 의무. 그는 18세 때 징집돼 1년을 군에서 보냈다. "군에서는 전투적인 기운이 공기 중에도 스며 있었다. 숨 쉴 때도 느껴졌다." 그는 최근 영국 드라마 '스킨스' 예고편 안무를 담당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유명세는 두려워해야 할 대상입니다. 인기에 취해 자판기에서 찍어내듯 무용을 만드느니,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팔겠습니다."

▲'반란'&'당신들의 방에서' 22~23일,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