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14 18:50
봄맞이 뮤지컬 & 연극
치밀한 짜임·탄탄한 각본 '셜록홈즈'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서편제'
원로 배우 명연기 빛나는 '3월의 눈'
일곱 아들과 아버지의 인생 '봄날'
3월 공연계에는 전례 없이 풍성한 창작뮤지컬과 봄볕같이 따스한 연극이 관객을 기다린다. 감동과 재미를 함께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작품 네 편을 골랐다.
셜록홈즈
◇지난해 깜짝 히트작 다시 찾아왔다
'미스터리 추리극? 그게 뮤지컬이 될까?'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히트작이었다. 초연 3일 만에 전석 매진, 평균 객석 점유율 98%이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며 제17회 대한민국 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극본상·작곡상 등 주요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중극장 규모에서 보여줄 수 있는 치밀한 짜임새와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국 뮤지컬의 창작 영역을 확대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앤더슨 가의 비밀'은 '셜록 홈즈' 작가 코넌 도일의 원작에는 없는 내용. 비밀을 품은 채 한 여인이 사라지고, 세 남자가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찾아달라고 홈스를 찾아오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올해는 홈스와 살인마의 대결을 담은 '잭 더 리퍼'편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 5월13일까지, (02) 588-7708
서편제
◇소리는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가
주인공 송화는 "소리 좋아하는 양반치고 내력 없는 분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로 치환된다. 뮤지컬 '서편제'는 관객에게 "그 망할 놈의 소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송화 역의 이자람과 차지연의 절창은 고(故) 이청준 작가의 원작이나 임권택 감독의 영화(1993)와는 또 다른 차원의 순도 높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부분을 부르는 남매의 마지막 모습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빛을 발한다. 한지를 잘라 옷고름처럼 이어 붙인 미닫이문, 소리꾼 부녀의 발길 따라 붉고 푸른 꽃잎이 점점이 흩어지는 무대도 아름답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4월22일까지, 1666-8662
3월의 눈
◇언제 또 이 눈을 맞으리
'가만히 서 있어도 연기가 된다'는 배우 백성희(87)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귀한 무대다. 지난해 초연 때 장민호(88)가 맡았던 남편 역을 이번에는 박근형(72)이 연기한다. 극작가 배삼식이 백성희·장민호 두 원로 명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희곡이 바탕이다. 여주인공 이름 '이순'은 백성희의 본명 '이이순이'에서, 남주인공 '장오'는 장민호에서 나왔다.
대낮에 망치와 장도리를 든 인부들이 낡은 한옥에 들이닥친다. 문짝과 마루, 목재가 하나둘씩 뜯겨나간다. 집주인이던 노부부는 살점을 내어주듯 손자를 위해 집을 넘긴다. 3월의 눈 내리는 어느 날 한쪽 팔이 허전한 붉은 가디건을 입고 장오는 집을 나선다. 그의 머리 위로 곧 녹아 없어질 봄눈이 마지막 인사처럼 내린다. 배우 오영수와 박혜진이 부부로 번갈아 출연한다.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18일까지, (02) 3279-2233
봄날
◇그 산에 꽃이 피면 만나게 되려나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나른한 봄날, 후미진 산골에서 늙은 홀아비와 일곱 아들이 밭을 간다. 아버지는 걸핏하면 지팡이를 휘두르며 자식을 몰아세운다. 반항심이 들끓던 아들들은 "회춘(回春)하게 된다"며 아버지 얼굴에 뜨거운 송진을 바르고 돈을 훔쳐 달아나버린다. 남은 아버지는 어찌 됐을까.
연륜으로 무대를 밝히는 오현경(76)이 아버지 역을,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은근한 유머를 발산한 이대연이 장남 역을 맡았다. 1984년 초연작. 2009년 재공연 당시 600석 규모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작 중 하나다. 서울연극제 연출상(이성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대상(오현경)을 수상했다.
▲명동예술극장, 4월1일까지, (02)813-1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