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연주, 악단에겐 정기검진"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3.13 00:15

이달부터 바흐 공연하는 서울바로크합주단 리더 김민

"영국의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London Mozart Players)나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 합주단 같은 명문 실내악단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겠나?"

1965년 첼리스트 전봉초(1919~ 2002)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해병대를 제대하고 갓 복학한 바이올린 전공 23세 김민에게 새로 만들 합주단에 합류하라고 권했다.

"그때부터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동대문시장 뒤편 예식장을 빌려서 실내악을 연습하고, 시장 골목에서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는 생활이 계속됐어요. 그해 6월 12일 창단 연주회를 열고 탄생한 것이 서울바로크합주단이죠."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47년 역사의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보유한 레퍼토리에는 스카를라티와 바흐·비발디의 바로크 음악과, 윤이상과 펜데레츠키 같은 20세기 음악이 나란히 놓여 있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바로크로 돌아온다. 오는 22일부터 연말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6차례에 걸쳐 바흐의 주요 관현악곡과 칸타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집중 연주하는 것. 음악감독 김씨는 "우리는 언제나 옛 곡과 현대음악이라는 '양 날개'로 날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6곡)을 녹음했던 만큼, 바흐는 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김씨는 "당시 독일에서 어렵게 트럼펫 연주자를 모셔 왔지만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도무지 고음(高音)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동대문시장에서 쇼핑 중이던 일본 호른 연주자로 대체해서 녹음을 마쳤다"면서 웃었다. 트럼펫 대신 호른으로 이 협주곡 2번을 녹음한 이색 음반에 대해, 김씨는 "설령 최고의 바흐 음반은 아닐지 몰라도, 단 하나밖에 없는 희귀 음반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바흐 시리즈 공연에 대해 "자동차도 정기 검사를 받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앙상블 검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