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08 03:03
[연주회 하루 앞두고… 자수성가 지휘자 vs 엘리트 단원 '코드 충돌' 폭발]
함신익 취임후 19개월째 시끌 - 음악적 이력의 차이가 문제, 최고 악단이 정체·답보 상태
결국 해결책은 - 법인 독립NHK 교향악단을 벤치마킹… 전문 행정가 영입도 필요
KBS교향악단이 1981년 국립교향악단에서 KBS 소속으로 이관된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연주회(8·9일)가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특히 8일 정기연주회를 만 하루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7일 오후 10시쯤 연주를 취소, 티켓을 구입한 음악팬이나 회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연주회 취소는 상임지휘자 함신익(55)씨가 결정했다. 7일 오후 리허설에서 단원들 사이에 폭언이 오가는 가운데 연습이 파행으로 치닫자 함씨는 "이 상태로는 정상적 연주가 힘들다"면서 취소 결정을 내렸다.
파행은 이번 연주회의 첫 리허설이었던 지난 5일부터 예고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5층 교향악단 연습실로 상임지휘자 함씨가 들어섰지만 단원들은 '음악가냐 정치가냐''함신익 아웃(out)'같은 문구를 벽에 붙여놓고 싸늘하게 지휘자를 맞았다. 6~7일 리허설도 객원 단원 섭외문제 등을 놓고 지휘자와 단원들이 팽팽히 맞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력 차이에 정치의 계절 영향도
2010년 7월 함씨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오디션 거부, 리허설 파행과 이에 맞선 단원 징계 등 악단 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단원들은 지휘자 함씨가 음악적 깊이보다는 외형이나 포장에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신의 이면(裏面)에는 음악적 이력의 차이가 숨어 있다는 것이 음악계의 시각이다.
지휘자 함씨는 건국대 음대를 나와 미국 유학을 떠났고 1995년부터 예일대 교수로 재직, 학교 오케스트라인 '예일 필하모니아'를 이끌어온 자수성가(自手成家)형 음악인이다. 반면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서울대 출신이 40%, 연세대 21%, 한양대 12%로 국내 명문 음대 출신 비중이 높다. 국내 음악계에서도 엘리트주의나 자긍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단원들이 함씨의 학력이나 경력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배경에는 이러한 '문화 코드의 충돌'이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말 러시아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떠난 뒤부터 6년간 상임지휘자가 공석이었던 점도 운영진(KBS)의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듬해 서울시향은 지휘자 정명훈 영입과 법인화를 통해 약진했지만 '정상'을 자부했던 KBS교향악단은 정체와 답보에 머물렀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휘자 함씨의 임기는 올해 12월 끝난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교향악단 안팎에서는 '누가 정치권과 연을 대고 있다'는 식의 얘기도 흘러나온다. 1981년부터 14년간 KBS교향악단 악장을 지낸 김민 전 서울대 음대학장은 "회사와 단원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 창구부터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해법은 법인 독립과 행정 전문가 영입
KBS교향악단의 벤치마크 대상 중 하나는 일본의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1926년 신교향악단(新交響樂團)으로 출범, 1942년 일찌감치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매년 재정적으로 악단을 뒷받침해온 NHK는 2010년의 경우 14억엔(약 190억 원)을 지원했다. 2007년 일본 오케스트라연맹에서 근무했던 한정호씨는 "교향악단의 법인 독립에서 중요한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고, 악단은 책임과 권한을 함께 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단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 전문 행정가의 확충이다. 올해 창단 80주년을 맞은 영국 최고의 방송교향악단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폴 휴즈(Hughes) 총감독이 10여년째 악단 행정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영국의 고음악아카데미(AAM)와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총감독을 두루 거친 뒤 1999년 이 악단에 합류했다.
2004년 말 러시아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떠난 뒤부터 6년간 상임지휘자가 공석이었던 점도 운영진(KBS)의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듬해 서울시향은 지휘자 정명훈 영입과 법인화를 통해 약진했지만 '정상'을 자부했던 KBS교향악단은 정체와 답보에 머물렀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휘자 함씨의 임기는 올해 12월 끝난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교향악단 안팎에서는 '누가 정치권과 연을 대고 있다'는 식의 얘기도 흘러나온다. 1981년부터 14년간 KBS교향악단 악장을 지낸 김민 전 서울대 음대학장은 "회사와 단원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 창구부터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해법은 법인 독립과 행정 전문가 영입
KBS교향악단의 벤치마크 대상 중 하나는 일본의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1926년 신교향악단(新交響樂團)으로 출범, 1942년 일찌감치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매년 재정적으로 악단을 뒷받침해온 NHK는 2010년의 경우 14억엔(약 190억 원)을 지원했다. 2007년 일본 오케스트라연맹에서 근무했던 한정호씨는 "교향악단의 법인 독립에서 중요한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고, 악단은 책임과 권한을 함께 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단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 전문 행정가의 확충이다. 올해 창단 80주년을 맞은 영국 최고의 방송교향악단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폴 휴즈(Hughes) 총감독이 10여년째 악단 행정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영국의 고음악아카데미(AAM)와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총감독을 두루 거친 뒤 1999년 이 악단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