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고 뜨거워진 2시간 '씻김굿'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3.07 23:26

[리뷰] 뮤지컬 서편제

더 뜨겁고, 더 깊어졌다. 2일 재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서편제'(극본 조광화·연출 이지나)는 관객의 영혼을 위해 다시 올리는 2시간의 씻김굿이요, 정화의 제의(祭儀)다.

극은 질문으로 열린다. "손님에게 그토록 소중한 그것이 무엇이오?" 고요한 질문은 시간이 흘러가며 마침내 파도가 되고 폭포수가 되어 덮친다. 보고 있으면 뻐근하고 고통스럽다. 딸 송화의 눈까지 멀게 하며 득음(得音)에 다다르려 애쓰는 아버지 유봉의 몸부림은 어디까지가 학대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인가. 의문과 한숨은 남동생 동호의 대사에서도 되풀이된다. "그놈의 득음이 무어란 말이오?" 소리를 찾아, 답을 찾아 남도를 떠도는 소리꾼 부녀의 여정은 무대 전체를 한 폭의 화선지 삼아 그려진다. 핏방울 같은 붉은 꽃이 영상으로 점점이 뿌려지며 완성되는 수묵화는 '서편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빼어난 서정시다.

재공연하는 '서편제'는 소리와 영상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미학을 보여준다. /오넬컴퍼니 제공
긴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남매의 마지막 7분은 나머지 110분을 압도하는 거대한 밀물로 쏟아진다. 둘은 마주 서서 다시 묻는다. "소중스러운 그것은 무엇이오?" 질문도 한(恨)도 가슴에 묻고 두 사람이 부르는 심청가는 극장을 나선 후에도 오래도록 가슴을 울릴 절창의 절정이다. 주인공 송화 역의 이자람과 차지연은 대체 불가능한 경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 배우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관객은 행복하다.

▲뮤지컬 '서편제', 4월 22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1666-8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