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29 23:00
법인화 18개월 만에 입 연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
레퍼토리, 한사람 취향이라고? 극단의 모든선택, 제가 합니다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정체성과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취임 일성(一聲)이 국민에게 국립극단을 돌려 드리겠다는 것이었다. 국립극단이 잘 돼야 한국 연극이 잘 될 수 있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국민에게 국립극단 작품은 믿고 선택해도 된다는 신뢰를 심어주겠다. 관객이 본전 생각 안 나는 연극을 하겠다."
―국립이면서 전용 극장도 없다. 서계동 부지에는 변변한 편의시설 하나 없어, 국민에게 매우 불편한 공간이다.
"명동예술극장을 전용극장으로 달라고 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전용 극장 문제는 연내에 반드시 해결하려고 한다. 관객을 위한 휴게시설을 들여놓으려고 네이버에서 5억원을 유치해서 설계까지 마쳤다. 하지만 부지 용도 변경 문제가 걸려서 지체 중이다."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 등 공공 극단에 지원이 쏠리면서 대학로 중심의 민간 극단이 고사(枯死)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연 지금 대학로에 좋은 연극이 몇 편이나 있는가. 소극장 백 곳이 넘게 있으면 뭐하나. 국립극단이 잘 돼야 재야극단도 잘 되는 것이다.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재야극단이 경쟁하면서 수준이 함께 올라갈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한국 연극의 위상이 올라간다."
―예술감독의 권한과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레퍼토리 선정의 기준이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한 사람의 취향대로 간다는 우려가 있다.
"극단은 예술감독이 전권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다. 선택은 제가 한다. 평생 연극하며 쌓아온 경험과 판단을 바탕으로 할 것이다. 여러 사람과 토의하고, 항상 귀를 열어놓을 것이다. 임기 3년 내에 국립극단의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전속 단원제를 폐지하고 오디션제를 선택했다. 향후 단원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
"오디션제를 한 것은 경쟁을 통해 예술가를 살아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종신단원과 시즌단원 양축으로 가려고 한다. 종신단원은 우리 연극계에서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표상이 될 수 있는 분들로 대여섯분 정도를 모시려고 한다. 누가 봐도 배우인 박정자씨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시즌단원은 1년 단위로 계약했다가, 뛰어난 실력이면 다음 해 재계약하는 단원이다. 그래야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작품마다 작가·연출·배우가 이합집산을 반복하다 보니, 극단이라기보다 기획사 같다는 비판도 있다.
"기획사나 극단이나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 아닌가. 극단 외부에 실력 있는 분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예술적인 화학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면 훌륭한 공생과 순환 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올린다. 어떤 점에서 선택했나.
"문화인류학적으로 뛰어난 이야기의 보고인 '삼국유사'의 콘텐츠를 희곡화해서 잘 살려야 한다. 2012년은 삼국유사 복간 5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