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소녀 임주희양 내한공연 깜짝 소개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2.28 23:44

런던심포니 지휘 게르기예프 "한국 친구중 가장 어린친구"

"우리에게는 한국인 친구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어린 친구를 소개합니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1부에서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37)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러시아의 지휘자 게르기예프(58)는 이렇게 인사말을 한 뒤 12세 소녀 피아니스트를 데리고 나왔다.

양손으로 흰색 드레스를 조심스럽게 움켜쥐고 무대로 올라선 임주희(12·명원초 6년)양은 마추예프가 연주했던 피아노 앞에 앉아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1악장을 협연했다.

재즈 분위기가 강하게 배어 있어 까다롭기 그지없는 20세기 작품이지만, 주희는 나무랄 데 없는 손놀림, 명확한 다이내믹 조절, 어른스러운 표현력을 선보였다. 런던 심포니와의 협연이 끝나자,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협연자 마추예프도 함께 나와서 주희에게 박수를 보냈다. 당초 연주회 프로그램에는 잡혀 있지 않았던 '신데렐라'의 깜짝 데뷔 무대였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주희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전국 어린이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음연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만 7세 때부터 주희를 가르친 피아니스트 장형준 교수(서울대)는 지난 2009년 평소 알고 지내던 게르기예프에게 주희의 연주 영상(DVD)을 보냈고, 주희는 이듬해 1월에 런던에서 게르기예프에게 오디션을 받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협연자로 낙점받았다. 게르기예프와의 협연은 지난 2010년 러시아 백야 축제에 이은 두 번째. 국내에서는 첫 협연 무대다.

협연 직후, 주희는 무대 뒤 대기실에서 "관객이 너무 많아서 실은 아무것도 잘 안 보였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주희가 평소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르기예프는 연주 직후 거슈윈과 러시아 작곡가 셰드린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해보자고 또다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