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21 02:14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희망' 심는 日아티스트 나카무라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땅 - 생업 잃고 장작 패는 어부
재기 꿈꾸는 양조장 주인… 희망 전도사 6명, 영상에 담아
그들의 부활이 곧 예술 - 전에 없던 창의력과 의지로
새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돕는 것도 예술가의 본분
재난 현장에서 응급구호 인력이나 복구 인력이 아닌 예술가도 역할이 있을까? 재난과 예술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나?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미디어 전시 '만드는 것이 살아가는 것'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방법도 있다"고 답한다.
◇악몽 그리고 희망
일본 이와테현 기리키리 지구는 지난해 3월 대지진 때 마을의 3분의 2 이상이 폐허가 됐다. 이 마을 주민 하가 마사히코(芳賀正彦·70)씨도 집과 재산을 모두 잃었다. 절망에 가득 찬 대피소에서 모닥불을 바라보던 중, 하가씨의 마음속에 문득 희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폐자재로 장작을 만들면 어떨까…'.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독려해 폐자재를 모아 장작을 팼다. '부활의 장작'이라 이름 붙인 그 장작을 인터넷을 통해 피해지역 외 주민들에게 10㎏ 한 봉지당 500엔(약 7000원)씩 받고 팔았다. 폐자재가 다 떨어질 때까지 넉 달간 5000봉지의 장작을 판매, 수익금 250만엔(약 3500만원)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가졌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하가씨는 말한다. "다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다만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했을 뿐이다."
◇폐허의 예술가들
나카무라 마사토(中村政人·49)는 대지진 1개월 후인 지난해 4월 피해지역으로 들어갔다.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준교수, 대안예술공간 '아트치요다 3331' 총괄 디렉터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때는 일본 대표로 참가했던 그는 "예술이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참여형 예술가. "예술을 통해 지진 피해자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덜어주자"며 '와와(Wa Wa)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예술가 400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처음엔 하가씨처럼 스스로 일어서는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재기를 꿈꾸는 양조장 주인, 신사(神社)의 주지 등이다. 프로젝트팀은 두 가지 방향으로 '예술'을 활용했다. 피해 주민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비디오 작품'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피해자들에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피해자들을 위해 프로젝트팀이 발행한 신문의 기사 내용은 가설(假設) 주택을 안락하게 꾸미는 인테리어 방법, 마음 치유법,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는 법 등이었다. "대지진 피해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기획했지요."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열 달이 넘은 지금, 나카무라씨는 "우리의 책무는 '대지진'이라는 끔찍한 재해를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난을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머릿속엔 다시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점차 잊히고, 그와 함께 대처방안도 잊힌다. 재난 자체도 무섭지만, 그 끔찍함이 망각된다는 사실도 무서운 일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대지진의 여파를 생생히 기록함으로써 사람들이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미디어 전시 '만드는 것이 살아가는 것'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방법도 있다"고 답한다.
◇악몽 그리고 희망
일본 이와테현 기리키리 지구는 지난해 3월 대지진 때 마을의 3분의 2 이상이 폐허가 됐다. 이 마을 주민 하가 마사히코(芳賀正彦·70)씨도 집과 재산을 모두 잃었다. 절망에 가득 찬 대피소에서 모닥불을 바라보던 중, 하가씨의 마음속에 문득 희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폐자재로 장작을 만들면 어떨까…'.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독려해 폐자재를 모아 장작을 팼다. '부활의 장작'이라 이름 붙인 그 장작을 인터넷을 통해 피해지역 외 주민들에게 10㎏ 한 봉지당 500엔(약 7000원)씩 받고 팔았다. 폐자재가 다 떨어질 때까지 넉 달간 5000봉지의 장작을 판매, 수익금 250만엔(약 3500만원)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가졌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하가씨는 말한다. "다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다만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했을 뿐이다."
◇폐허의 예술가들
나카무라 마사토(中村政人·49)는 대지진 1개월 후인 지난해 4월 피해지역으로 들어갔다.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준교수, 대안예술공간 '아트치요다 3331' 총괄 디렉터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때는 일본 대표로 참가했던 그는 "예술이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참여형 예술가. "예술을 통해 지진 피해자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덜어주자"며 '와와(Wa Wa)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예술가 400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처음엔 하가씨처럼 스스로 일어서는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재기를 꿈꾸는 양조장 주인, 신사(神社)의 주지 등이다. 프로젝트팀은 두 가지 방향으로 '예술'을 활용했다. 피해 주민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비디오 작품'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피해자들에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피해자들을 위해 프로젝트팀이 발행한 신문의 기사 내용은 가설(假設) 주택을 안락하게 꾸미는 인테리어 방법, 마음 치유법,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는 법 등이었다. "대지진 피해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기획했지요."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열 달이 넘은 지금, 나카무라씨는 "우리의 책무는 '대지진'이라는 끔찍한 재해를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난을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머릿속엔 다시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점차 잊히고, 그와 함께 대처방안도 잊힌다. 재난 자체도 무섭지만, 그 끔찍함이 망각된다는 사실도 무서운 일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대지진의 여파를 생생히 기록함으로써 사람들이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
◇예술이란?
나카무라씨가 내달 27일까지 아트선재센터 1층 라운지에서 여는 '만드는 것이 살아가는 것' 전시엔 하가씨를 포함해 끔찍한 악몽을 딛고 일어서는 피해주민 6명의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된다. 각각의 동영상 모니터 아래에는 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 모금함도 설치됐다. 지진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육성을 기록하고, 그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구호활동'이 어떻게 '예술'의 영역에 속할 수 있을까? 나카무라씨는 "창작활동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예술'이다. 피해자들은 지진 발생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창의성과 의지를 발휘하며 삶을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을 나는 '아트(art)'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02)733-8945
나카무라씨가 내달 27일까지 아트선재센터 1층 라운지에서 여는 '만드는 것이 살아가는 것' 전시엔 하가씨를 포함해 끔찍한 악몽을 딛고 일어서는 피해주민 6명의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된다. 각각의 동영상 모니터 아래에는 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 모금함도 설치됐다. 지진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육성을 기록하고, 그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구호활동'이 어떻게 '예술'의 영역에 속할 수 있을까? 나카무라씨는 "창작활동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예술'이다. 피해자들은 지진 발생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창의성과 의지를 발휘하며 삶을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을 나는 '아트(art)'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