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 사람과] "일본음악, 아이돌·비주얼록 말고도 많아요"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2.02.18 00:02

['서울·도쿄 사운드브릿지' 참가 日인디밴드 앤디 모리·위너스]
홍대 앞·시부야 오가며 합동공연 펼치는 행사
"다양한 리듬·실험적 사운드… 日음악 숨은 매력 보여줄 것"

한국과 일본에 아무리 튀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해도 행인들이 눈길 한 번 안주는 동네가 한 곳씩 있다. 서울 홍대 앞과 도쿄 시부야다. 두 곳 모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 정신을 마음껏 발산하는 인디 음악의 터전이다.

지난 2010년 한·일 인디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기 밴드들이 홍대 앞과 시부야를 오가며 합동 공연으로 음악의 다리를 놓는 행사가 자연스레 생겼다. 올해로 3회째인 '서울·도쿄 사운드 브릿지'. 홍대 인디 레이블들의 협의체인 서교음악자치회와 일본 음악채널 스페이스샤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델리스파이스'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 두 팀이, 일본에서는 3인조 '앤디 모리'와 4인조 '위너스'가 공연한다. 일본 팀은 록을 바탕으로 펑크·포크·팝 등 다양한 리듬을 섞은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여온 인디 록의 선두 주자들이다.

일본의 인디밴드‘앤디 모리’와‘위너스’멤버들. 왼쪽부터 후지와라 히로시(앤디 모리), 타마야2060%, 560(이상 위너스), 오야마다 소헤이(앤디 모리), 마나부시티, 맥스(이상 위너스), 오카야마 켄지(앤디 모리).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9일 시부야에서 일본 공연을 치른 뒤 18일 오후 7시 홍대 앞 V홀에서 열리는 한국 공연을 위해 홍대 앞을 찾은 일본팀들을 17일 만났다. 홍대 거리를 둘러보던 멤버들 입에서는 "스고이데스네(멋지네요)"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한국과 맺은 인연을 묻자 앤디 모리의 기타·보컬 오야마다 소헤이(28)는 한국 동요 얘기부터 꺼냈다. "초등학생 때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학교 학생들과 같이 불렀던 노래가 '앞으로'예요. 서울 사는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노래 한 곡은 한국말로 부를 겁니다."

위너스의 기타·보컬 타마야2060%(27)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치명적인 핸디캡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래하는 표정이나 목소리, 그리고 그 안의 땀이나 냄새 같은 것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전해질 겁니다. 한국 팀의 시부야 공연 때도 그랬으니까요."

멤버들은 이번 사운드 브릿지에서 함께한 한국 팀 음악에 감탄했다고 했다. 오야마다 소헤이는 "델리스파이스의 상냥한 사운드와 노래는 일본의 감성과도 맞아떨어지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너울거리는 듯한 베이스 사운드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위너스 멤버들은 "연주와 노래 모두 섹시하다. 일본 공연 뒤풀이 술자리가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

사운드 브릿지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아이돌에 치우쳐있던 양국 음악 교류를 다양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디 음악인들이 느끼는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미디어·대형 음악 자본의 영향으로 인디와 주류 음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하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너스의 드러머 마나부시티(30)는 "사람들이 좋은 음악 나쁜 음악을 가려 듣지 않게 되면 세상에 나오는 음악이 점점 한곳으로 치우치고 재미없어져 버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주로 아이돌이나 비주얼 록 가수들만 알려진 일본 음악의 숨은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겠다는 게 두 팀의 각오. 앤디 모리의 드러머 오카야마 켄지(26)는 "상업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음악을 한국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