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서울시향,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2.15 23:40

[의욕적으로 내놓은 음반 두 장… 해외 평단 엇갈린 반응]
프랑스 관현악 음반 호평 - "어떤 겉치레도 없는 해석… 약점이 없는 오케스트라"
말러 1번 교향곡엔 혹평 - "젊은 단원들, 베이스 가벼워… 1급 학생오케스트라 같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힘든 법. 서울시향(지휘자 정명훈)이 명문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손잡고 의욕적으로 내놓은 음반 두 장에 대해 해외 평단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시향은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어미 거위' 등을 담은 첫 음반을 발매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말러의 교향곡 1번 실황 음반을 발매했다. 세계 음반시장에는 이보다 다소 늦게 소개됐다.

영국 굴지의 음반 전문 잡지인 '그라모폰'은 2월호에서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1번 실황 음반에 대해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이 잡지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거트먼은 젊은 단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열정적인 대응과 다소 가볍게 잡아낸 베이스, 중부 유럽의 지나치게 관능적인 포효를 피한다는 점에서 일급 학생 오케스트라처럼 들린다"고 평했다. 그는 또 서울시향의 DG 계약에 대해 (음악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전한 뒤, "한편으로는 만개(滿開)하는 극동지역의 음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시도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지만, 반면 말러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의견도 있다"고 썼다. 실황으로 녹음된 연주에 대해서 그는 "지휘자의 관점이 모든 관객을 만족하게 할지는 다소 미지수"라고 유보적으로 평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손잡고 발표한 말러의 교향곡 1번 음반(사진 위)과 드뷔시·라벨의 프랑스 관현악 음반 표지(사진 아래).

이 곡에서 지휘자의 해석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진행했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정명훈과 악단은 교향곡 1번의 1악장부터 호흡을 다소 길고 여유 있게 잡았다가 절정으로 다가가면서 호쾌하게 몰아치는 '극적 설정'을 강조했다. 변화무쌍한 말러의 교향곡과 곧잘 어울리는 화려함을 살리려는 시도는 서울시향의 이번 말러 녹음에서도 반복된다. 1악장 도입부에서는 악기 군(群)의 섬세함이 다소 아쉽지만, 4악장 말미에서 광포(狂暴)하게 몰아치기를 주문하는 지휘자의 요구를 받아내는 악단의 뒷심은 돋보인다.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어미 거위' 등을 녹음한 서울시향의 프랑스 관현악 음반에 대해서는 해외 평단에서도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이 음반을 듣고서 서울시향을 "약점이 없는 오케스트라"라고 평했다. 그는 특히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의 경력을 언급하면서 "정명훈의 예술적 해석에는 어떠한 겉치레도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음악 칼럼니스트 제프리 노리스도 지난해 그라모폰의 음반 리뷰에서 드뷔시의 '바다'에 대해 "물의 반짝거림과 반사된 빛의 얼룩들을 매력적인 음색으로 담아냈다"고 호평했다.

지난해 서울시향은 DG와 5년간 10장의 음반을 출시하기로 계약했으며, 프랑스 관현악과 말러 교향곡 1번에 이어 오는 4월쯤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세 번째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