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옥주현의 발견, 이등병 군복같은 황태자 의상은 아쉬워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2.02.15 23:49

리뷰 - 뮤지컬 엘리자벳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데뷔 8년차인 배우 옥주현의 재발견이라는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이는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선영과 비교해볼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선영의 엘리자벳은 밋밋한 종이인형처럼 평면적으로 보인다. 내내 "자유를 원해!"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그녀가 왜 죽음을 갈망할 정도로 혼란과 고통을 겪었는지 관객이 이해하고 몰입할 여지가 남지 않는다. 그녀의 '엘리자벳'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황녀의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가 아니라, "아들과 나 사이에 비밀은 없다"는 시어머니와 "어머니는 절 질투하세요"라며 반목하는 며느리 간의 암투극으로 축소된다.

옥주현은 장면마다 적극적인 해석을 부여해 인물에 생동감과 개성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문밖에서 애원하는 황제의 호소를 흘려들으며 책상에서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그녀는 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감정과 해석을 가미한다.

전체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것은 헝가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이다. 자칫 줄거리 전달이 힘든 '송 스루(song through)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만 전개)의 단점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대작의 위용에 걸맞지 않은 아쉬운 점도 곳곳에 드러난다. 황태자 루돌프의 의상은 소재나 디테일의 수준이 떨어져 황족의 옷이 아니라 세탁 시기를 놓친 시골 이등병의 군복 같다. 류정한, 송창의, 시아준수라는 톱스타가 번갈아 맡은 '죽음' 역할은 강한 마력으로 엘리자벳의 영혼을 지배하리라는 애초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내게 오라"를 반복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도 나타나야 할 시기에 정확하게 나타나지 못하는 실수까지 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