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사의 시작을 연 그 무대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2.02.09 23:47

75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 16일부터 세종문화회관서

"관중은 모여서 사람사래를 이루고 장내는 삽시간에 초만원을 이루엇다. 패기와 야심만이 이 밤의 윤리(倫理)인양 스테이지에는 열사람의 젊은 예술가들이 토해내는 신선하고 찬란한 오색무지개와 五線의 은실(銀絲)이 교차되고 잇섯다."

1938년 6월 15일자 조선일보는 전날밤 서울 부민관에서 열린 행사를 이렇게 보도했다. 제1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였다.

당시 참가한 예술가 중에는 '봄이 오면'과 '가고파' 등 가곡으로 한국가곡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작곡가 김동진(金東振·1913~ 2009) 선생도 있었다. 1938년 일본 유학을 마친 선생은 귀국하자마자 바로 이 무대에서 자신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1악장 알레그로를 열한 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으로 직접 연주했다. 이후 한국 최초의 민간 오페라단인 '김자경오페라단'을 설립한 소프라노 김자경(1917~1999·3회)을 비롯해 작곡가 백병동(24회), 피아니스트 신수정(전 서울대 음대 학장·26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민(27회·서울바로크합주단 음악감독), 테너 엄정행(28회), 첼리스트 나덕성(전 중앙대 음대 학장·30회), 소프라노 정은숙(전 국립오페라단 단장·31회), 바이올리니스트 전용우(45회), '작곡가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한 작곡가 진은숙(48회), 해금 연주자 정수년(49회)씨 등이 조선일보 신인음악회를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75회를 맞은 올해 조선일보 신인음악회는 16~21일 나흘간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전국 20개 대학 음대 학장의 추천을 받은 피아노·성악·작곡·관악·현악·국악 분야의 졸업생 38명이 한자리에 모여 갈고닦은 연주 기량을 선보인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