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과의 묵상, 바흐 마태수난곡 온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2.02.08 23:26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성 토마스합창단 來韓
예배처럼 편안, 3시간 극음악… 2부 유대인 군중의 합창 머리카락 쭈뼛 서는 감동

올해로 창단 800년을 맞은 성 토마스 합창단. 1723년 칸토르로 취임한 바흐는 죽을 때까지 55명의 소년 합창단을 정성껏 길러냈다. /빈체로 제공
지난 2004년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Biller)가 지휘한 바흐(Bach) '마태 수난곡'의 3시간 연주가 끝나는 순간, "브라보!"가 울려 퍼졌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이 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부터 십자가 수난(受難)까지를 마태복음 26·27장에 기초해 묘사한 극음악. 이 곡에는 '브라보'를 외치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의 '마태 수난곡' 전곡(멘델스존 개정판) 연주회는 2012년 가장 주목할 음악무대 중 하나다. 첫 곡 '오라 딸들아,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부터 끝 곡 '우리는 눈물에 젖어 무릎 꿇고'까지 3시간짜리 대작을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마태 수난곡'은 1729년 4월 초연 이후 잊혀졌다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멘델스존이 100여년 후 다시 지휘·연주하면서 불멸의 걸작으로 부활했다.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간 칸토르(Kantor·합창대장)로 활동하며 '마태 수난곡' 등 오라토리오와 칸타타를 작곡·연주한 바흐 음악의 성지. 2004년에 이어 이번에도 제16대 칸토르인 빌러(57) 지휘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이 연주한다. "바흐가 봉직했던 자리에서 근무한 지휘자와 바흐가 길러낸 합창단과 바흐를 부활시킨 오케스트라가 삼위일체가 돼 인류가 신에게 자비와 평화를 탄원하는 묵상의 시간을 음악 울림으로 재현"(이영진 음악 칼럼니스트)하는 자리다.

예배의식처럼 편안한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나뉘고, 합창은 다시 둘로 나뉜다. 제1합창이 '딸들아…' 노래하면 제2합창이 '누구를?' 하고 되받는 식이다. 특히 2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유태인 군중의 합창을 11~19세 소년 70여명이 맡아 부르는 대목에서는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마태 수난곡’을 연주하는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그리고 성 토마스 합창단. 이들은 22~23일 내한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구원의 메시지를 한국 청중에게 들려준다. /빈체로 제공
가톨릭 합창단 상임지휘자인 백남용 신부(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는 "수난기를 낭송할 때에는 복음사가, 예수님, 그 밖의 사람들 등 배역에 따라서 다른 음높이의 낭송률을 배정했다"며 "복음사가역은 중간 음역에서 유창하게, 예수님역은 낮은 음역에서 점잖게, 유대인·예수님의 제자·군인·빌라도 총독·백성 등 기타 배역들은 높은 음역에서 낭송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르틴 페촐트(테너)가 복음사가역을, 마티아스 바이헤르트(베이스)가 예수역을 맡는다. 페촐트는 5년 전 내한공연 때도 같은 역을 맡아 맑은 고음을 선보였다.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는 "멘델스존은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리허설에 매달렸다. 한 작품 속에 복잡한 다성 합창, 단순하고 화성적인 코랄, 서정적인 아리아, 섬세한 레치타티보가 있다"며 "어떤 음악학자는 '마태 수난곡'을 '바로크 종교 성악곡과 세속 성악곡을 통틀어 모든 종류의 음악 형식을 다룬 만화경'이라 표현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종교와 상관없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희열을 준다는 얘기다.

바흐 마태 수난곡 전곡=2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