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6 03:08 | 수정 : 2012.01.26 06:07
KBS 교향악단 불협화음 - 전체 오디션, 대부분 불참
"매년 시험? 외국엔 없다", "실력 뒤져… 인사제도 개정"
'대상자 24명 중 단 2명 참가.'(25일)
오디션을 둘러싼 KBS 교향악단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5층 오디션장엔 함신익(55) 음악감독과 존 토마스 도슨(55) 미국 미시간 아드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윌리엄 보튼(64) 미국 뉴헤븐 심포니 음악감독 등 심사위원 3명만 앉아 있었다. 작년 10월 제661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3시간 전까지 '공연 보이콧'을 거론했던 KBS 교향악단은 이날부터 사흘간 음악감독 및 파트별 악장, 신입단원 7명을 뺀 단원 77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날 오전 심사를 받기로 한 제1바이올린 주자 11명 중 오디션에 참가한 단원은 한 명뿐, 오후 심사 예정이던 제2바이올린 주자 13명 중에서도 참가 단원은 한 명에 불과했다.
1981년 전신(前身)인 국립교향악단에서 KBS로 운영권이 넘어온 이후 단원 전체를 평가하는 오디션은 전무(全無)했다는 게 KBS 측 설명. 교향악단이 속한 KBS 시청자본부는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은 단원들은 대부분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30년 만에 여는 전체 오디션은 오전의 경우 30분도 안 돼 끝났다"고 밝혔다.
◇"매년 입사시험 보라는 거냐"
이상돈(57) 바순 부수석은 2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평가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오디션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오디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KBS와 음악적 역량이 모자란 함신익 음악감독이 단원들을 휘어잡을 수단으로 오디션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수석은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서는 신입단원을 뽑아 1년간 능력과 자질을 테스트한 뒤 최종 계약을 하고 이후 정년을 보장한다"면서 "정규 단원을 상대로 6개월 내지 1년마다 입사시험을 보는 악단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단원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라며 "2005년 상임지휘자였던 드미트리 기타옌코가 그만두기 전까지 단원들은 당연히 출결 여부와 근무태도를 평가받았다"고 했다. 지휘자는 연습과 연주 때 단원들의 연주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경고를 줬고, 그게 세 번 쌓이면 오디션을 명했으며, 실제로 트럼펫 주자 한 명이 오디션을 통해 구제됐고, 오디션을 거부해 사표를 내거나 재계약을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통해 연주의 '질'을 높이자는 것"
반면 KBS는 "관객 동원 숫자와 연주의 질 면에서 한참 뒤처지는 현 상황을 뒤집으려면 연주력 향상을 위한 세부적인 연주평가를 신분 및 보수와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BS는 단원들의 '공연 보이콧' 한 달 후 ▲매년 1회 평가위원회에서 개별 연주능력을 심사한다 ▲'미흡'(100점 만점에 79점 이하) 평가를 받으면 인사위원회를 거쳐 1년간 호봉 승급 정지, 3년 연속 '미흡'이면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단원 인사제도 개정 추진안'을 만들어 설명회를 열었다.
KBS가 단원들에게 당초 공지한 것은 개인별 블라인드(blind) 오디션이었다. 그러나 최종 결정된 방식은 가림막을 걷어낸 '파트별' 심사였다. KBS는 "단원들이 악기 파트별 합주(合奏)로 심사하고, 개별 심사도 4명씩 조별로 치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KBS는 "일단 미참가 단원들을 '불참'으로 간주해 0점 처리할 계획이지만 단원 인사제도 개정안을 포함한 운영규정이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 징계 자체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