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5 23:24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두 연주자의 대조적인 스타일은 첫 곡인 크라이슬러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타르티니 풍)'에서부터 두드러졌다. 신현수는 음 하나하나를 예사롭게 여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태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많이 들이는 주법을 썼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새된 소리가 났다. 김태형은 자기를 굳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힘을 고르게 안배하며 구석구석 빠짐없이 살폈다. 신현수는 '숲보다 나무'를, 김태형은 '나무보다 숲'을 봤다. 바이올린 음이 금속성이라면 피아노 음은 목질이었다.
꽃잎을 흔드는 미풍 같아야 할 베토벤의 소나타 5번 '봄' 도입부에서도 바이올린은 강한 직선을 연상시켰고, 피아노는 둥근 곡선으로 바이올린을 감쌌다. 여기서는 2악장(아다지오)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곡들과 온도 차가 확연할 만큼 내밀하고 깊이가 있었다. 브람스의 '스케르초'는 신현수와 상성이 맞았다. 도전적으로 당당하게 전진하는 활 놀림이 김태형의 피아노와 타오르는 앙상블을 연출했다.
2부 첫 곡은 모차르트가 유일하게 단조로 만든 '바이올린 소나타 21번'이었다. 맑은 눈물처럼 순수한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곡이다. 신현수의 바이올린은 둥글게 충격을 줄여야 할 부분에서도 곧게 뻗어나갔다. 여기에 완급을 조절한 것은 김태형의 피아노였다. 또랑또랑한 타건으로 바이올린을 따라붙다가도 짐짓 템포를 늦춰 여유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신현수의 왼손가락은 마지막 곡인 비에냐프스키의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가서 맘껏 기교를 펼쳤다. 카덴차(cadenza)처럼 화려한 도입부에서부터 지판 위를 신나게 뛰놀았다. 젊음의 패기가 질주하는 듯했지만 음량을 균질하게 제어하지 못한 것은 옥에 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