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08 22:55
[윤형주·킹스턴루디스카 13일 '새해를 흔들다' 공연]
윤형주 - 한 곡만 같이하려 했는데… 이 팀, 연주·노래 엄청나
킹스턴루디스카 - 세시봉 선배님들은 자메이카 음악 대선배
5일 오후 서울 도곡동 한 녹음실. 그룹 사운드에 관악 합주가 더해진 흥겨운 스카 리듬에 맞춰 9인조 밴드 '킹스턴루디스카'가 해리 벨라폰테의 '자메이카 페어웰'을 부르고 있었다. '세시봉' 시절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가수 윤형주(65)가 두어 소절 만에 바로 마이크를 잡고 합류했다. 능숙한 통기타 선율과 고·저음을 넘나드는 보컬이 더해지며 하모니는 풍성해지고 음악은 달콤해졌다.
킹스턴루디스카 보컬 이석율(29)의 '헛, 헛'하는 추임새에 맞춰 윤형주는 무릎과 엉덩이를 경쾌하게 흔들었다. 여러 번 연습해야 나올 법한 연주 같은데 이들은 불과 10여 분 전 처음 만나 인사한 사이. 첫 합주에서 거의 완벽하게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이뤄냈다.
1968년 트윈폴리오로 데뷔한 세시봉 멤버 윤형주, 2004년 결성된 실력파 스카·레게 밴드 킹스턴루디스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팀이 뭉쳤다.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마포문화재단의 신년음악회 '새해를 흔들다'에서 포크·레게·스카의 퓨전 무대를 선보이는 것. '길가에 앉아서' '라라라' 등 윤형주가 쓰거나 부른 히트곡들이 자메이카풍으로 재해석된다.
이번 공연은 윤형주가 40여년 음악인생 중 인디 밴드와는 처음으로 함께 서는 무대다. 세대 간·장르 간 벽을 허물고 소통의 무대를 선사하자는 공연장 측의 기획 의도에 양측이 흔쾌히 찬성해 준비된 무대다.
"잘 모르는 팀이었어요. 그런데 음악 들어보니까 웬걸? 연주도 노래도 대단한 거야." 윤형주가 "각자 노래를 많이 하고 협연은 한 곡 정도 하려 했는데, 협연을 더 하자고 했다"고 하자, 킹스턴루디스카 리더 최철욱(35·트럼본)이 화답했다. "스카·레게 등 자메이카 음악을 하는 또래들이 없어 외로웠는데, 세시봉 선배님들이 큰 힘이 됐어요. 윤 선생님은 저희보다 훨씬 앞서 칼립소(자메이카 등 서인도제도 흑인 민요에서 유래된 포크음악)를 부른 '자메이카 음악 대선배'세요."
킹스턴루디스카는 공연 때마다 열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 밴드다. 스스로 기획사를 꾸려 멤버들끼리 힘을 합쳐 앨범을 내고 공연하는 정통 인디밴드다. 음악을 사랑하던 젊은이들의 순수한 공동체였던 60년대 세시봉 멤버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래서일까. 멤버들은 저마다 "일찍이 세시봉 팬이었다"고 했다. 손형식(베이스·27)과 김정근(트럼펫·24)은 "선배님 작품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즐거 부르던 가족 애창곡"이라고 했고, 황요나(드럼·26)는 "관객으로 세시봉 공연을 보러 갔다"고 했다. 윤형주가 작곡한 '길가에 앉아서'는 평소 킹스턴루디스카의 주요 공연 레퍼토리다.
아버지뻘 대선배와의 공연이라는 점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건 윤형주의 몫이었다. 서재하(기타·32)가 "무대에 오르면 방방 뛰었는데, 이번엔 소심할 것 같다"고 하자 윤형주는 "긴장하지 마라. 음악에 아버지 아들이 어딨냐"며 어깨를 두드렸다. 김억대(건반·28)와 성낙원(색소폰·27)이 "방송에서 선배님이 조영남 선생님 면박 주는 걸 보고 까칠하실 것 같았다"고 하자 윤형주는 "내가 먼저 공격한 적은 없다"며 웃었다.
윤형주는 지난해 7월 시작했던 조선일보 연재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난 7일 끝낸 소감도 얘기했다. "대중문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던 세시봉과 그 이후 통기타 문화의 전성 시절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바람을 이루게 돼 기쁩니다."
척척 들어맞는 합주 사이 덕담과 웃음이 이어지며 예정된 연습시간은 후딱 지났다. 헤어지기 전 윤형주가 '숯불갈비 저녁 번개'를 제안하면서 음악 얘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젊은 인디팬들부터 부모님들까지 다 같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세시봉과 레게·스카가 만나면 얼마나 멋진 음악이 나오는지 기대해주세요."(오정석·트럼펫과 플루겔혼·33)
공연은 3만~5만원(회원이나 마포구민은 추가 할인 혜택). (02)3274-8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