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아트(Bio Art), 예술인가 과학인가?

  • 유코피아닷컴

입력 : 2012.01.05 19:02

21세기 포스트 모던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분야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소위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인 방법론 또는 초장르적인 분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도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영어로 과학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는 예술이라는 의미의 그리스 어근인 “techne”에서 유래한 것을 봐도 과학과 예술의 뿌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히 창조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분야의 교차점을 찾을 수 있다.

20세기 들어와서 과학적인 수단들을 이용한 새로운 표현 방식의 예술분야로서는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 인터넷 아트 등이 있고 또한 조각을 움직이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영입하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살아있는 생물체를 작품의 궁극적인 대상이나 주제로 삼은 창작활동이 시도되고 있다.

물질 대신에 생명체를 다루는 생물학(Biology)과 예술(Art)의 두 분야가 서로 협력하여 “바이오 아트(Bio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는 미술의 소재가 주로 살아있는 생물체로 이루어져 있거나 생체 실험실에서와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말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다양한 방법들이 쓰이기도 하고 박테리아, 세포, 분자, 식물체, 육체의 분비물, 살아있는 조직이나 DNA 혹은 유전자 등 생물체를 대상으로 하기도 하며 작가는 거의 과학자와 같은 태도로 작업을 하고 컴퓨터나 전자 미디아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 초에도 생물학적인 형태나 모티브에 대한 관심은 이미 널리 존재했다.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클레(Klee)나 칸딘스키(Kandinsky) 그리고 초현실주의 작가인 미로(Miro)나 아르프(Harp)등의 그림에 나타난 세포나 미생물 형태의 표현들은 “생물학적 추상”이라는 한 장르로 발전해 나갔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대지 아트(Earth Art) 작가들도 넓은 의미의 바이오 아트 작가들이다.

이들은 돌, 흙, 식물, 물 등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지리학, 식물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에 관심을 보이며 생태계의 진행과 변화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대표적인 예로 로버트 스미슨(Robert Smithson)의“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같이 유타주의 큰 호수에 돌을 쌓아 만든 작품이 있다.

그러나 대지 미술가와 바이오 아티스트의 차이는 후자가 생명과학의 실험실 작업과 기술에 대한 지식에 보다 능통하다는 점이다.

바이오 아티스트인 알렉시스 로크만(Alexis Rockman, 1962-)은 자연계와 생태환경을 위트 넘치게 표현하는 작가다.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뮤지엄에서는 로크만의 작품들을 “내일을 위한 신화(A Fable for Tomorrow)”라는 제목하에 소개하고 있다.

그는 환경문제, 진화와 유전학, 황폐해지는 자연과 기후변화 등의 주제를 서사시적으로 웅장하게, 때로는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는 계시록적인 암시를 가지고 그리고 있다.

바이오 아트의 의도는 문화적 충격을 준다든지 위트있게 또는 비판적으로 어떠한 생물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로크만도 환경문제나 생명체 복제와 같은 특정 생물학 분야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언급을 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문화적 개념을 뒤엎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연못의 경계 (1986)”나 ``공포의 균형(1988)”,“생물영역(1994)”에서는 생태계의 구조와 그 균형이 깨질 위험을 다루고 있다.

한편 전문적 과학자들이 펼치는 바이오 아트의 영역도 있다. 생물학 또는 생명과학(Life Science)이 21세기 들어서 더욱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유전학(Genetics)의 가능성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인류 미래의 안녕을 위해 가장 주목 받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또한 컴퓨터 공학과 통계학 등이 생물학의 연구를 도우면서 그 결과를 시각화시키는 기술(Imaging Technology)도 날로 발전해 나갔다.

생물학적으로 연구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분자, 세포, 조직 등의 역동적인 양상을 더욱 잘 전달 할 수 있게 됐다. 2003년 루스 웨스트(Ruth West) 같은 생물학자들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의 요소인 ACGT의 결합을 긴 끈의다양한 색채와 그림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UCLA의 파울러 뮤지엄(Fowler Museum ofCultural History)에서 예술작품으로 전시하였다.

마찬가지로 헌터 콜(Hunter Cole) 같은 작가도,바이오테크놀로지와 문화와의 상관 관계를 다루는 과학자이자 예술가다.

그녀의 “살아있는 드로잉(Living Drawing)(2010)”은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박테리아를 통해 그리고 있다. 빛을 발하는 박테리아 안에 자신의 DNA를 집어 넣어서 점점 자라고 커가다가 사라지는 것을 필름으로 담은 작품이다.

유전 공학의 방법들을 사용한 실험적 작가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다른 생물 체계의 유전 물질을 합성하거나 이식하여 한 오가니즘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또는 호주 작가 Stelarc처럼 인체를 더욱 진화된 형태로 표현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의료 기구, 인공보철, 로봇공학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의 일부를 변형시켰다.“세번째 손”이라는 작품에서 자신의 신경과 연결된 로봇 손을 팔에 부착해서 움직일 수 있게 장치했다.

이처럼 바이오아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이지만 어디까지를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우리 세대가 정의 내려야 할 과제다.

이정실 미술전문기자, 미술평론가, 메릴랜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 julieart@artrious.com
  • Copyrights ⓒ 유코피아닷컴(www.ukopi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