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28 23:52
내년 데뷔 10주년 기념공연 갖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 러시아 색채 가득한 연주 "스스로를 리셋하기 위해서"
노랗게 물든 머리. 그런데 색이 조금 희끗희끗하다. "은발로 물들이려 했던 건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물게 인터넷 팬 카페 회원 수만 4만여명에 이르고, 공연장 로비에 나타나면 금세 십수명의 팬에게 둘러싸이는 피아니스트 임동혁(27). 그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2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포함해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갖는 기념 리사이틀의 부제는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다'.
27일 서울 소공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동혁은 "짧지 않은 시간, 한꺼번에 많은 걸 얻었던 날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인상은 까칠하고 반항적이다. 때문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의외로 착하구나'였다"는 이 피아니스트의 성공 스토리는 궤적이 탄탄하다.
2001년 롱티보 콩쿠르(우승), 2005년 쇼팽 콩쿠르(3위),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1위 없는 공동 4위)에서 입상했고,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3위에 호명됐지만 "심사가 불공정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앞서 2000년 부조니 콩쿠르에서는 예선 때부터 우승자로 꼽혔지만 결선에도 못 나가고 5위에 그쳤다. 심사결과에 격분한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강력 추천으로 10대 연주자로는 드물게 세계 메이저 음반사인 EMI 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2002년 황금 디아파종 상을 안겨줬고, 두 번째 음반 역시 2004년 쇼크 상을 수상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상승하는 듯 보였던 그가 차츰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 건 쇼팽 콩쿠르 이후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인 입상자가 없었던 쇼팽 콩쿠르를 목표로 삼았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10시간씩 6년간 피아노만 쳤지요. 그런데 수상하고 나니 허망했어요. 이제 나도 좀 쉬자…. 솔직히 놀고 싶었던 거지요."
27일 서울 소공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동혁은 "짧지 않은 시간, 한꺼번에 많은 걸 얻었던 날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인상은 까칠하고 반항적이다. 때문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의외로 착하구나'였다"는 이 피아니스트의 성공 스토리는 궤적이 탄탄하다.
2001년 롱티보 콩쿠르(우승), 2005년 쇼팽 콩쿠르(3위),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1위 없는 공동 4위)에서 입상했고,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3위에 호명됐지만 "심사가 불공정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앞서 2000년 부조니 콩쿠르에서는 예선 때부터 우승자로 꼽혔지만 결선에도 못 나가고 5위에 그쳤다. 심사결과에 격분한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강력 추천으로 10대 연주자로는 드물게 세계 메이저 음반사인 EMI 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2002년 황금 디아파종 상을 안겨줬고, 두 번째 음반 역시 2004년 쇼크 상을 수상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상승하는 듯 보였던 그가 차츰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 건 쇼팽 콩쿠르 이후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인 입상자가 없었던 쇼팽 콩쿠르를 목표로 삼았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10시간씩 6년간 피아노만 쳤지요. 그런데 수상하고 나니 허망했어요. 이제 나도 좀 쉬자…. 솔직히 놀고 싶었던 거지요."
잠깐만 내려놓을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싸늘했다. 2008년 바흐 레퍼토리로 전국 투어를 가진 데 이어 바흐 골드베르크(EMI) 음반 발매, 작년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연주회를 열었지만 연주 실력과는 별개로 "임동혁은 국내에서만 알아준다" "일찍 얻은 명성에 안주하는 거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결핍도 있었다. 2009년 11월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었고, 최근 이혼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나이에 벌써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던 임동혁. 그는 "그래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중얼거렸다. "인지도, 명예, 돈, 레퍼토리… 세속적인 것부터 음악적인 것까지 모든 게 모자라요. 아등바등 열심히 해서 성취한 거였는데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따라붙는 거라고 착각했던 거지요. 세계적 명성도 게을러서 놓친 거예요."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러시아 색채가 가득한 차이콥스키의 '사계',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와 '소나타 2번'으로 채우는 건 "스스로를 리셋(reset·초기 상태로 되돌리다)해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그의 제2의 고향. 대기업 모스크바지사로 발령난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 온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민, 10년을 러시아에서 살았다. "스산하고 칙칙해 너무 무서웠던 러시아"에서 임동혁의 피아노는 라흐마니노프의 뜨거움과 타국에서 겪는 지독한 외로움, 그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를 수밖에 없었던 투명한 솔직함을 길어올렸다. "근본적으로 음악은 아름다워야 해요. 느끼는 대로 노래하듯 치려고요, 죽는 날까지." 씩 웃는 입꼬리에서 예전의 천진난만함은 찾을 수 없었다.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내년 2월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나이에 벌써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던 임동혁. 그는 "그래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중얼거렸다. "인지도, 명예, 돈, 레퍼토리… 세속적인 것부터 음악적인 것까지 모든 게 모자라요. 아등바등 열심히 해서 성취한 거였는데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따라붙는 거라고 착각했던 거지요. 세계적 명성도 게을러서 놓친 거예요."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러시아 색채가 가득한 차이콥스키의 '사계',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와 '소나타 2번'으로 채우는 건 "스스로를 리셋(reset·초기 상태로 되돌리다)해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그의 제2의 고향. 대기업 모스크바지사로 발령난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 온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민, 10년을 러시아에서 살았다. "스산하고 칙칙해 너무 무서웠던 러시아"에서 임동혁의 피아노는 라흐마니노프의 뜨거움과 타국에서 겪는 지독한 외로움, 그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를 수밖에 없었던 투명한 솔직함을 길어올렸다. "근본적으로 음악은 아름다워야 해요. 느끼는 대로 노래하듯 치려고요, 죽는 날까지." 씩 웃는 입꼬리에서 예전의 천진난만함은 찾을 수 없었다.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내년 2월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