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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조선

입력 : 2012.01.04 10:08

2012 highlights_Classic

2012년 새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준비한 공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 클래식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굵직한 공연들을 살펴본다.


비르투오소의 귀환,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이다. ‘슈퍼 비르투오소’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아믈랭은 지난 2004년 첫 내한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알캉 ‘이솝의 향연’, 리스트 편곡 슈베르트 3개의 대행진곡,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7번, 고도프스키 쇼팽 에튀드 연구 등 비범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이후 아믈랭을 다시 보기를 원하는 팬들의 내한 공연 요청이 빗발쳤다. 3월 12일, 우리나라에서는 성남아트센터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1961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프랑스계 캐나다인 아믈랭은 뱅상 댕디 음악학교와 필라델피아 템플 대학에서 공부했다. 1985년 카네기홀 국제 미국 음악경연대회에서 1위를 수상했으며 그 후 독일 비평가상을 여러 번 받았다. 하이페리온 레이블에 전속되어 알캉, 번스타인, 볼컴, 요제프 마르크스, 고도프스키, 리스트, 레거, 슈만, 빌라 로보스, 스크랴빈, 소랍지 등의 협주곡과 솔로곡을 녹음할 정도로 그의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미국의 평론가 헨리 포겔은 아믈랭의 음악 세계를 ‘정확성과 상상력의 변증법’으로 소개하면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의 음반은 들을 때마다 늘 감탄한다. 내가 음반 감상과 수집을 그토록 좋아하긴 하지만, 음반은 실제 무대에서 느끼는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아믈랭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정밀성과 속도, 리듬의 정확성은 경탄할 만하다. 기교적으로 엄청난 성취가 축적된 요즘 시대이지만 아믈랭의 명료함과 격발하는 정열에 필적하는 피아니스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연주가 나의 마음을 건드린 부분은 느린 악장의 아름다움이었다. 거기서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다이내믹을 그늘지게 하며 상당히 나긋나긋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프레이징을 가져갔다.”

아믈랭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동작을 보면 부동자세에 가깝다. 손가락과 손목을 움직이는 동작 외의 모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아믈랭이 힘을 뺀 주법을 합리적으로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헨리 포겔이 지적한 대로 아믈랭은 결코 기계적인 차가움의 표상이 아니다. 오히려 느린 악장에서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는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첫 내한했을 때 서점에 가서 악보를 사는 학구적인 모습을 보인 아믈랭은 팬들이 고대하던 두 번째 공연에서도 진지한 작품들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에서 아믈랭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드뷔시의 전주곡 2권 발췌, 아믈랭의 에튀드 2, 7, 8, 11, 12번을 연주한다. 이 중 아믈랭의 에튀드는 지난해 발표한 자작곡 음반 <단조로 된  12개의 연습곡>에 수록된 것으로, 25년 동안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을 거친 뒤에 녹음에 임한 노작이다. 쇼팽의 연습곡 세 곡이 나타나기도 하고 고난도 기교가 펼쳐지며, 제7곡 같은 경우엔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등 놀라움을 안겨주는 아믈랭의 스타일이 잘 나타나 있다.

아믈랭은 지난 2002년 난곡 중의 난곡인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S141을 녹음해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2010년 8월 런던 헨리 우드 홀에서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녹음했다. 피아노의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서 아믈랭은 열정적인 연주로 곡의 복잡한 구조를 잘 제어하면서 환상적인 감정의 세계를 그렸다. 또 아믈랭은 낭만주의 시대 알려지지 않은 피아노 협주곡을 탐구해 발매하는 하이페리온의 로맨틱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 53번째 에디션인 <레거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다. 상당한 명성을 쌓은 곡이긴 하지만 이 곡은 화성의 구조가 복잡하고 음표가 많아 듣기에도 연주하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 뛰어난 기교의 비르투오소인 아믈랭은 드물게 녹음되는 이 작품을 명징하게 연주함으로써 열정과 서정성을 끄집어냈다.

스승 마이스키 협연하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첼리스트 장한나의 흥미로운 지휘 프로젝트 시리즈 ‘앱솔루트 클래식’도 기대를 모은다. 벌써 네 번째를 맞은 ‘앱솔루트 클래식’은 국내외 30세 이하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선별된 연주자들과 4주간 합숙하며 연습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8월 중 세 차례 공연이 진행될 예정인데, 이번 공연은 역대 ‘앱솔루트 클래식’ 가운데 가장 특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름 아닌 장한나의 스승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자로 등장하는 것. 미샤 마이스키는 첼로를 연주하며 ‘지휘자 장한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장한나가 지휘를 결심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첼로 레퍼토리가 계기가 되어주었다. 50여 곡 정도에 불과한 첼로곡에 비해 지휘자로서는 수백 곡 이상을 접할 수 있고, 음악과 작곡가에 대한 시야도 지휘를 통해서 비로소 넓어질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레너드 번스타인을 롤 모델로 삼은 장한나는 올여름에도 지휘봉을 잡으며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다듬을 것이다.

시민 속으로, 파크 콘서트
한편 5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파크 콘서트’가 펼쳐진다. 잔디와 나무로 둘러싸인 공원 안의 야외무대에서 클래식・영화・재즈・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공연을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진행하는 것. 미국 LA의 할리우드 볼, 시카고 라비니아 페스티벌, 보스턴의 탱글우드 페스티벌, 뉴욕의 파크 콘서트 등 해마다 여름이면 실내 공연장이 아닌, 자연으로 둘러싸인 야외무대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석하는 축제가 열린다.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은 수도권에 위치한 최적의 야외공연장으로 클래식・재즈 아티스트들의 무대는 물론, 가족 단위 커뮤니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퍼포먼스 등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객석은 2,000석 규모의 계단형 스탠드와 경사진 잔디밭으로 이뤄져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캠핑용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전체 공연은 무료이며, 간단한 음료 협찬을 통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할 예정이다. 

성남아트센터가 준비한 ‘파크 콘서트’는 삶의 터전이 진정한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만나는 문화예술, 거기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의욕이 샘처럼 솟아날 것이다.

글.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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