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시간의 재충전

  • 아트조선

입력 : 2012.01.02 09:52

2012 highlights_series concert

오전 11시, 오후 3시, 오후 9시. 예전에는 공연장을 찾아 문화의 풍요로움을 맛보기에는 애매한 시간들이었다. 성남아트센터는 특화된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잠들어 있던 관객의 감성과 시간을 깨워왔다. 2012년에도 그 특별한 공연들이 계속된다. 마티네 콘서트, 수아레 콘서트, 시리즈-연극 만원滿員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용으로 돌아오며, 문화 전반을 총체적으로 조명할 <박종호의 낭만시대>가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마티네 콘서트는 2012년에도 오전 11시(셋째 주 목요일), 음악과 함께 넉넉한 여유를 선사한다. 해를 거듭해오며 성남아트센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공연답게 안정감은 더해지고 프로그램의 질은 높아진다. 쉽고 친근한 해설은 마티네 콘서트의 장점 중 하나다. 크로스오버 가수이자 KBS 1FM 〈생생 클래식〉의 진행자로 무대와 방송을 오가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 중인 카이 정기열은 지난해 젊고 신선한 감각과 편안함까지 겸비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올해에도 마티네 콘서트의 진행을 맡아 즐거운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며, 전과 다름없이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가 출연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인다. 또한 마티네 콘서트는 한 시즌의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공개하고 패키지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시즌제로 운영되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관객의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


수아레 콘서트는 성남아트센터만의 차별화된 공연으로 20~30대 젊은 관객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진행을 맡은 정재형의 인지도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모든 공연이 매진될 정도로 주목받았던 수아레 콘서트는 그에 못지않은 진행자를 맞아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9시의 즐거움을 책임진다. 유명 대중 가수에서부터 실력파 인디 밴드까지, 와인과 함께 즐기는 라이브 공연이 한 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줄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오페라 해설가인 박종호는 2011년 인기를 모았던 <오페라 글라스>에 이어 <박종호의 낭만시대>로 돌아온다. 오페라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수많은 공연과 음반을 접하고 오페라를 알리는 데 기여해온 박종호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불멸의 오페라』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등의 저서와 강의, 이제는 음반 매장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한 풍월당을 통해 폭넓은 대중과 만나왔다.


 <오페라 글라스>가 1년 동안 8편의 명작 오페라를 집중적으로 마스터한 프로그램이었다면, <박종호의 낭만시대>는 문화 전반에 걸친 총체적 해설로 다양성과 깊이를 더한다. 매회 테마를 선정해, 테마 속에서 서양의 예술이 어떤 주장을 하고 표현해왔는지를 박종호의 예리하고 명쾌한 해설로 만날 수 있다. ‘비극의 탄생-지위의 몰락’ ‘약-자유를 위한 사다리’ ‘희가극-결혼이 인생의 목표일까’ ‘동화의 비밀-행복과 좌절의 사이에서’ ‘오리엔탈리즘-동양을 향한 동경’등 문화 수준이 높아진 관객층의 지적 호기심을 채울 만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음악・문학・연극・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내용이 색다른 체험을 예고하고 있다. 나른해질 수 있는 오후 3시(둘째 주 화요일)를 문화교육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한다면, 일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시리즈-연극 만원滿員>은 시민 친화형 프로그램으로, 2011년 첫 시작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더욱 많은 관객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던 이 시리즈는 경기 침체로 문화 공연을 쉽사리 즐길 수 없는 요즘에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월부터 11월까지 총 24회에 걸쳐 4개의 작품 선보이고, 낮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의 기호에 맞춰 장르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문턱은 낮추고 수준은 높아진 공연에 선택을 망설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성남아트센터 월간 '아트뷰' 제공
글. 류현정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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