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땅치고 보면 무릎친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12.21 23:25

내년 한국 오는 교향악단 빅3

내년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명문악단은 모두 10곳. 최근 확정된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까지 포함하면 11곳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모두 보려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고, 일정도 2·6·11월에 모여 있어 선택이 필요하다. '보러 가길 잘했다!'고 무릎 칠 만한 공연을 잘 고르려면 어떤 기준이 좋을까. 클래식 애호가들이 꼽는 대표적 기준은 2가지. ▲'상임지휘자'가 오는가 ▲자신있는 '레퍼토리'인가이다. 악단의 명성이 자신의 경력과 직결되는 상임지휘자(음악감독)가 지휘봉을 잡으면 투어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고 단원도 정예 멤버로 채우기 때문. 또 자국에서 정기연주회 때 소화한 프로그램을 투어 때 그대로 선보이면 완성도는 올라간다. 이 두 가지 기준으로 내년 '놓치면 후회할 교향악단 3'를 뽑았다.

게르기예프+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발레리 게르기예프(58)는 2007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취임 이후 프로코피예프 시리즈 음악회를 진행해 큰 주목을 받았다. 내년 2월 27~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일 작품도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데니스 마추예프). 러시아 출신 거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틀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 러시아의 프리미엄급 레퍼토리를 서울에 펼쳐놓는다. 내년 11월 6~7일로 확정된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때에도 러시아 현지에서의 프로그램을 갖고 올 가능성이 크다.

평소엔 냉대받던 무대 뒤편의 합창석도 이들이 오면 매진 사례를 이룬다. 이들의 동작과 표정을 살피며 선율에 담긴 해석의 묘를 찾는 관객이 많아서다. 내년 명문 악단들을 데리고 우리나라를 찾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미하일 플레트네프, 발레리 게르기예프(왼쪽부터). /빈체로·마스트미디어 제공
플레트네프+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존재가 악단의 명암을 가르는 대표적 예가 내년 6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서는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지휘 미하일 플레트네프)다.

개혁·개방의 진통이 시작되던 1990년 11월, 러시아 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새 일자리를 찾아 서방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에서만 50여명의 유대인 단원들이 짐을 쌌다. 당시 38세이던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는 러시아 교향악의 재건을 결심하고 RNO를 설립,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RNO의 강점은 역대 러시아 교향악단을 통틀어 최강으로 평가되는 단원들의 연주력이다. 최고 명성을 자랑하던 레닌그라드 필과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등의 악장·수석급 연주자들이 RNO로 대거 이적했기 때문. 그러나 플레트네프 이외 사람이 객원 지휘를 하면 연주의 질이 툭 떨어진다. 플레트네프와 RNO가 한 몸으로 움직여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2007년 10월 마리스 얀손스(68)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은 바티칸의 교황 베네딕토 16세 앞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 7000여명의 청중이 현장에서 지켜봤고, TV로도 생중계됐다. 교황은 "감동적인 음악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얀손스와 BRSO는 내년 11월 20~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2·3·6·7번'을 들려준다. 9번 교향곡은 아니지만,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대표 레퍼토리들이다. 2003년부터 BRSO를 지휘하고 있는 얀손스는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세트를 선보여왔다. 우리나라에 앞서 들르는 일본에서는 전곡을 소화하므로 연습량과 완성도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