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6 17:47

꽃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매우 확대되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늘 보던 꽃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단순화된 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여인은 <조지아 오키프>입니다. 그녀는 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꽃은 너무 작아서 사람들은 꽃을 오래 보려고 하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꽃도 오래 보아야 한다. 나는 크게 그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내가 본 꽃을 볼 수 있도록, 다른 면에서 보시죠.

그녀가 그린 꽃은 분명 꽃입니다. 그런데 실제의 꽃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닙니다. 형태는 단순화 되어있고, 색도 실제보다 환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비로운 그녀의 꽃그림을 추상환상주의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녀의 생각이 궁금하십니까?
1930년 오키프는 클리블랜드 미술관장인 월리엄 밀리켄에게 이런 편지를 씁니다. “나는 내가 꽃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꽃에 대한 나의 경험, 혹은 어느 시간, 내가 느꼈던 꽃의 의미를 그림으로 전달 할 수는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표현 하였던 것입니다. 색채와 형태가 더 이상 외형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작가의 내면과 감정을 탐구해야 한다는 칸딘스키의 기본 이론을 실천하였던 것이죠.

조지아 오키프는 미국 모더니즘이 시작되었던 20세기 초부터 추상으로 흘렀던 1960년대 이 후까지 미국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화가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가 처음 유명해진 것은 그림 때문이 아니라, 누드모델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전문 모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모델을 했던 이유는 당시 유명 사진가이며, 갤러리 291을 운영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스티글리츠는 당시 291갤러리를 운영하며, 새로운 미술을 뉴욕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오키프의 목탄 드로잉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에 큰 감명을 받게 되죠. 그 후 스티글리츠는 작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작품을 291갤러리에 전시합니다.
사실 예의에 크게 어긋난 일이었죠.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크게 가까워집니다. 서로 한눈에 통했던 것이겠죠. 후에 스티글리츠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우리는 서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몇 년의 세월을 일주일에 모은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은 전에는 없었다.
그 후 스티글리츠는 사랑하는 오키프가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는 사랑하는 스티글리츠의 사진모델이 되어줍니다.오키프는 서서히 뉴욕에서 자신의 그림을 인정받게 되고, 스티글리츠도 그녀를 모델로 한 사진을 통해 새로운 작품의 영역을 개척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1924년 12월 11일 결혼식을 올리고, 평생의 파트너가 됩니다.
*글·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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