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8 00:02
국립현대무용단 '말들의 눈에는 피가'
무대 양쪽에는 흰 벽이 세워져 있다. 여성 6명이 가느다란 꼬챙이가 박힌 벽에 기대고 섰다. 뒤쪽에 엎드린 남성은 잠자는 듯 누워 있다가 갑자기 몸을 뒤척인다.
지난달 29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는 8일 개막하는 '말들의 눈에는 피가'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었다. 피터 셰퍼의 희곡 '에쿠우스'를 토대로 홍승엽 예술감독이 안무한 작품이다. 1999년 초연작을 다시 올린다. 홍 감독은 "원작 에쿠우스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20분만 보면 저절로 포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친절한 안무가'라고 부르는 그는 공연 서두에 연극배우가 작품 배경을 설명하는 '친절한' 장면을 삽입했다. 공연 곳곳에서도 무용수가 '대사'를 한다.
지난달 29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는 8일 개막하는 '말들의 눈에는 피가'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었다. 피터 셰퍼의 희곡 '에쿠우스'를 토대로 홍승엽 예술감독이 안무한 작품이다. 1999년 초연작을 다시 올린다. 홍 감독은 "원작 에쿠우스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20분만 보면 저절로 포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친절한 안무가'라고 부르는 그는 공연 서두에 연극배우가 작품 배경을 설명하는 '친절한' 장면을 삽입했다. 공연 곳곳에서도 무용수가 '대사'를 한다.
막이 오르면 관객은 억눌린 환영에 사로잡힌 주인공 앨런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무대는 마구간일 수도, 병실일 수도, 거실일 수도 있다. 12명의 무용수 역시 앨런 일수도, 말일 수도, 둘 다일 수도 있다. 무용수들은 두 팔을 벌려 벽을 쓰다듬다가 하나둘씩 전면으로 나온다. 벽에 머리를 대고 있던 다른 무용수들은 물결치듯 몸을 일으키며 외친다. "그 말이 다 보고 말았어!"
영화 '피아노'의 작곡가로 유명한 마이클 니먼의 곡 '시간의 경과(Time Lapse)'가 길게 변주되고,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점차 커진다. 점차 앨런을 광기로 몰아가는 말의 모습을 무용수들이 바닥에 모래가루로 그린다. 숭배하는 대상과 일체가 돼버린 앨런과 그의 고통, 일탈을 꿈꾸지만 열정을 길들이는 데 익숙해진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권태와 무기력함이 75분간 펼쳐진다. 작품은 "이성은 열정을 파괴할 수 있어도 창조할 수는 없다"는 중얼거림으로 닫힌다.
예술과 만나보겠다는 열린 마음과 관람료 1만원(안내 책자값 포함)이면 양껏 즐길 수 있는 성찬(盛饌)이다. 홍 감독은 "대중의 예술적 복지를 확대하는 데 국립현대무용단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10일까지, 국립극단 내 백성희장민호 극장. (02)3472-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