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현실, 그리고 비경계 'latent image 전(展)'

  • 아트조선

입력 : 2011.12.07 09:14

'latent image (레이튼트 이미지)'는 잠상이라는 뜻을 가진 카메라 용어로 현상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이라는 뜻을 가진다. 'latent image전(展)'은 작품에 대한 의미와 분석을 어떠한 담론과 개념으로 이해하기 보다 '본다' 라는 일차적인 행위를 통해 느껴지는 감수성과 이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예술의 내러티브는 담론으로 해석하기 보다 보는 이의 규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데자뷰처럼 무의식에 처음 바라본 풍경이 익숙한 풍경으로 각인되기도 하고, 시선의 파편들을 재구성하며,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의 ‘시선’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일상에서 잠재적 실재, 존재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한 풍경, 존재하지 않을 듯 하지만 존재하는 풍경을 담아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상의 풍경을 서정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강정헌 작가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고찰하는 이예린 작가가 참여한다.

강정헌 작품

강정헌은 여행과 일상에서 본 풍경과 생각을 자신의 카메라 속에 담아 놓고, 후에 판화를 통해 그 풍경을 보여준다. 그는 동판화의 에퀴틴트(aqueatint) 기법을 사용하며 기억의 이미지를 그리고, 작업이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작가가 느낀 일상의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 동판화의 기법인 에퀴틴트는 판을 여러 차례 부식시켜 생긴 층의 음영과 질감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부식에 의해 생긴 여러 층의 깊이 차이는 부드러운 음영과 질감을 가능케 하여 수채화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초기 흑백으로만 표현되었던 그의 작업은 후에 채색까지 더해지며 자신의 시선을 완성시키고, 감상자의 서정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이예린 작품

<After the Rain(애프터 더 레인)> 사진 연작으로 잘 알려진 이예린은 실제와 허구에 대해 반문한다. 작가는 비 온 후 길에 생긴 물웅덩이에 반사된 일상의 이미지를 통해 분리되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미쳐 지각하지 못한 세계가 시야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식 너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해 갈망한다. 실재하는 현실과 변화하는 현실 그리고 실재하는 비현실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그녀의 작업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다가갈 수 없는 물에 비친 일상의 모습이 되려 지각하지 못하는 현실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그녀의 작업은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끊임 없이 야기되며, 이는 회화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자연과 상호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일상에 대한 사유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관계들 속에 있기에 미쳐 인식하지 못한 일상의 또 다른 단면에 대한 사유는 우리의 시각과 관계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존재하는 사물의 내적인 표면을 읽어내어, 잠재적인 것의 실재성을 표현한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작가가 바라본 세상을 함께 바라 본다는 뜻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1년 11월 15일부터 12월 25일까지이며, 한남동 갤러리 비케이(Gallery BK)에서 진행된다. 전시 문의.02)790-7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