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4 23:11
30년 마당놀이 끝내고 '흑인 창녀…'로 정극에 도전
30년 마당놀이를 끝내고 정극으로 돌아온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데뷔 50주년을 맞은 연출가 김정옥(79)이 "김성녀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감기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게 됐다. "원래 설정은 30대 여성인데 저를 캐스팅해주셨어요.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직업이잖아요? 선택받았으니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해야죠." 김정옥 연출은 "젊은 여배우보다 깊은 내면의 연기를 할 수 있다"면서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가 연기하는 주인공 템플은 대학생 때 사창가에 끌려갔다가 나온 어두운 비밀을 감추고 있다. 그녀의 아기가 흑인 하녀에게 살해당하고, 하녀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뜻밖에도 그녀가 하녀의 구명(救命)에 나서면서 8년 전의 진실이 밝혀진다. 원제는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 미국 문호 윌리엄 포크너의 원작소설(1951)을 알베르 카뮈가 각색해 1956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극은 한 인간을 관통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용서가 진정으로 가능한지를 묻는다. 등장인물의 길고 장중한 대사로 전개되다 보니 배우들도 연습 중에 갸우뚱할 때가 잦았다. "이 대사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김정옥 연출가는 "절반만 알고 나머지는 꼭두라고 생각하고 해라"고 지시했다. 김성녀는 "해석의 여운을 주는 게 문학인지도 모르겠다"며 "검색만 있고 사색은 없다는 이 시대에, 사색할 순간을 주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사창가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는 설정이 관객에게 다소 거리감을 주지 않겠느냐고 묻자 "창녀라는 설정은 우리가 억누르고 있지만 외면할 수 없는 본능의 비유라는 점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 때문에 한 달 내내 남편(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밥을 못 해줬다"며 미안해했다. 남편은 "미안하다"는 그의 말에 "하는 거나 잘해"라고 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척해도 속마음은 저보다 훨씬 더 따뜻해요."
템플이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할지 극은 말해주지 않는다. "정답이 있으면 뭔가 문제가 있어요. 정답이 없으니까 문학이고, 예술이고, 인생이죠."
▶1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08